국세청 상대 2900억 과세 소송 패소 확정
"단말기 직접 판매 안 해... 에누리액 아냐"

올해 6월 서울시내 한 휴대폰 할인매장 앞의 모습. 뉴시스
SK텔레콤이 소비자들에게 제공한 단말기 보조금은 부가가치세 과세 범위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동통신사가 단말기를 직접 판매하지 않는다면 단말기 보조금은 할인액으로 볼 수 없어 세금 계산에서 뺄 수 없다는 취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SK텔레콤이 남대문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가가치세 경정거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SK텔레콤은 2008~2010년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구입한 이동통신 이용자들에게 보조금으로 2조9,439억 원을 지급했다. 단말기 공급업체인 SK네트웍스가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를 판매하면 보조금이 지원되는 식이었다.
SK텔레콤은 이후 과세당국에 2,943억 원 상당의 부가세 환급을 요구했다. 단말기 보조금은 이동통신서비스 공급가액에 대한 '에누리액'이므로 부가세 과세 표준에서 공제한 뒤 세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부가세법에 따르면 에누리액은 '공급 당시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되는 금액'으로 부가세 과세표준 액수에서 빠진다.
과세당국은 SK텔레콤의 요구를 거부했다. 단말기 보조금은 부가세 공제 대상이 아니고, '장려금이나 그와 유사한 금액'에 해당한다는 취지였다. SK텔레콤은 2014년 조세심판원 청구까지 기각당하자 "환급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과세당국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이동통신요금 청구 내역서를 보면 보조금이 단말기 할부금에서 차감된다"며 "보조금이 이동통신서비스에 관해선 공급가액에서 차감되지 않는 장려금에 불과하다"고 봤다.
SK텔레콤은 항소심에서 "이동통신사업자인 KT와 LG유플러스의 단말기 보조금을 에누리액으로 인정하는 건 조세평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과 달리 단말기를 직접 판매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에누리액으로 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도 원심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2016년 KT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낸 부가세 환급 소송에선 단말기 보조금이 에누리액에 해당해 과세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KT는 직접 단말기를 공급하기 때문에 보조금을 공급가액에서 직접 공제되는 에누리액으로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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