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영 언론 "중국 반도체 자립 오히려 앞당겨질 것"
전문가 "AI 적용 중국 산업 전반 타격"
미국이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자, 중국이 "자유 무역에 대한 야만적 공격"이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가 되레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가속할 것"이라고 으름장도 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는 9일 사설을 통해 "미국이 내놓은 수출 제한 조치는 비(非)미국 기업으로 제한범위를 대폭 확대해 중국과 정상적인 무역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제로섬 게임을 고집하는 나라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미국의 기술 패권주의는 중국의 반도체 산업에 단기적이고 구체적인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지만, 중국의 기술 자립 의지와 능력을 강화시킬 것"이라며 "오히려 미국의 수출 통제를 계기로 반도체 생산 자립의 길이 가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에 "미국은 과학기술과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 도구화·무기화하지만, 중국의 발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상무부는 앞서 고성능 인공지능(AI) 학습용 반도체와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특정 반도체 칩을 중국에 수출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조치를 발표했다. 상무부는 또 미국 기업이 △18nm(나노미터·10억 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14nm 이하 로직칩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중국, 반도체 자립 수십년 걸릴 것"
중국은 현재 20%에 불과한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로 끌어올리기 위해 반도체 산업 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AI와 슈퍼컴퓨터 등에 들어가는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도 자체 제작해 글로벌 산업계를 주도하겠다는 '반도체 굴기'도 목표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로 중국 반도체 산업 육성의 싹은 초기에 잘려 나갈 가능성이 높다. 고성능 반도체뿐 아니라 반도체 장비까지 중국 수출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관련 기술 개발에 큰 난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베이징의 반도체 업계 관계자를 인용, "미국의 수출 통제에 자극받은 중국이 기술 자립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지만, 수출 통제에 따른 '대안'을 얻기 위해선 수십 년이 걸린다는 점을 중국인들도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 트리올로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그룹 중국 담당 수석 부사장은 "미국의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중국의 자율자동차 생산을 비롯해 AI 기술이 적용되는 산업계 전반이 미국의 이번 조치로 큰 피해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