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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치즈, 쌀 맥주에 쌀 고기까지... 쌀 식품 개발 활발한 일본

입력
2022.10.09 16: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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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소비, 밀가루 음식에 밀려 매년 줄어
다양한 쌀 활용 제품 개발 활발
쌀 소비 늘리고 환경 살리고 1석2조

흰 쌀밥은 일본식 상차림에 빠져선 안 될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일본의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흰 쌀밥은 일본식 상차림에 빠져선 안 될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일본의 쌀 소비량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 쌀밥은 일본식 상차림에 빠져선 안 될 상징과도 같은 존재다. 하지만 정작 쌀 소비량은 빵이나 면 등 밀가루 음식에 밀려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에선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쌀 치즈, 쌀 고기 등 기존 고정관념을 깨는 신제품까지 개발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쌀의 부산물을 활용하는 등 환경 영향까지 생각한 것이 특징이다.

쌀겨 원료 대체육, 세계 최초 개발

지난 6일 일본 야마가타대학은 세계 최초로 쌀을 원료로 한 대체육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대체육이란 식물성 단백질로 쇠고기나 돼지고기 같은 맛과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든 제품을 뜻한다. 가축 사육 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가스 등 환경 영향을 고려해 서구를 중심으로 채식 인구가 늘면서 대체육 개발 경쟁이 활발하다.

일본 야마가타대학 와타나베 마사노리 교수팀이 식품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한 대체육. 쌀겨를 원료로 한 식물성 고기다. 야마가타대학 제공

일본 야마가타대학 와타나베 마사노리 교수팀이 식품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한 대체육. 쌀겨를 원료로 한 식물성 고기다. 야마가타대학 제공


야마가타대학 와타나베 마사노리 교수팀이 식품업체와 공동으로 개발한 이 대체육은 쌀겨에서 쌀기름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를 원료로 사용한다. 와타나베 교수는 “백미만 생산하던 농업에서 백미는 물론 단백질까지 생산하는 농업으로 전환하면 수익성이 높으면서 지속 가능한 벼농사를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후년쯤 벤처기업을 설립해 이번에 개발한 대체육의 상업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찹쌀가루로 만든 대체 치즈, 일반 치즈보다 저렴

쌀 도매 대기업인 신메이는 지난봄부터 고베의 공장에서 쌀로 만든 대체 치즈를 본격 생산하고 있다. 찹쌀을 분쇄한 후 고온·고압의 물에 넣어 녹이고 올리브오일과 술지게미를 더해 진짜 치즈 같은 맛과 향을 내는 것이다. 일반적인 대체 식품은 원래 동물성 식품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이 제품은 오히려 진짜 치즈에 비해 10~20% 저렴하다. 냉동 피자 등 냉동식품 제조사나 음식점 체인용으로 판매해 왔으며 채식주의자 등을 위한 소비자용 판매도 곧 시작할 계획이다.

쌀 도매 업체인 신메이는 찹쌀가루로 만든 대체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대체 치즈로 만든 피자. 신메이 제공

쌀 도매 업체인 신메이는 찹쌀가루로 만든 대체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대체 치즈로 만든 피자. 신메이 제공

음식점에서 남은 밥, 수제 맥주로 재탄생

오사카를 중심으로 카레 음식점을 운영하는 지팡구푸드는 쌀을 사용한 크래프트 맥주를 개발했다. 30인분 밥을 했는데 손님이 20명만 올 경우 남은 밥을 버려야 하는데, 이를 ‘업사이클’해 수제 맥주를 제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사이클이란 버려지는 제품에 가치를 더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 회사는 싱가포르 소재 업사이클 푸드테크 업체의 일본 법인인 '크러스트 재팬'과 손잡고 연구개발을 거듭한 끝에, 이미 지은 밥을 맥아 대신 활용해 맥주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해냈다. 쌀의 끈기 때문에 양조 탱크가 막히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제품화에 성공했다. 캐스케이드라는 아로마 홉을 넣어 쓴맛은 덜하고 향기가 좋다는 평가다.

오사카에서 카레점을 운영하는 지팡구푸드가 업사이클 푸드테크 기업과 손을 잡고 개발한 크래프트 맥주. 손님에게 제공하고 남은 밥을 '업사이클'해 맥주로 제조한다. 지팡구푸드 제공

오사카에서 카레점을 운영하는 지팡구푸드가 업사이클 푸드테크 기업과 손을 잡고 개발한 크래프트 맥주. 손님에게 제공하고 남은 밥을 '업사이클'해 맥주로 제조한다. 지팡구푸드 제공


쌀 업계가 종전엔 생각지도 못한 신제품까지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이유는 쌀 소비가 매년 줄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일본의 1인당 쌀 연간 소비량은 1962년 118㎏을 정점으로 계속 감소해 2020년도는 50㎏까지 떨어졌다. 반면 빵 소비는 점점 늘어, 2020년 기준 가정의 빵과 쌀 구입 금액은 각각 3만1,456엔과 2만3,920엔으로 빵이 크게 앞섰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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