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정상부 상시 개방 동의 결단
인왕봉에 전망대·상시 노선 개설
1966년 방공포대 주둔 이후 단절
18개 산악형 국립공원 중 유일
市, "방공포 정상에 있을 이유 있나?"
내년 말 공군에 재사용 불허 방침
광주·전남의 진산(鎭山) 무등산(해발 1,187m). 이 이름 석 자엔 '등급을 매길 수 없을 정도의 고귀한 산'이란 뜻이 담겼다. 산세가 대체로 웅장하면서도 완만해, 어떤 이들은 "어머니의 품 같은 산"이라고도 부른다. 이처럼 포근한 산이지만 정작 그 정상에 서 본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최고봉인 천왕봉 일대에 비정하게 둘러쳐진 철책 때문이다. 1966년 공군 무등산 방공포대가 이곳에 주둔하면서 설치한 쇠울타리는 탐방객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겠는다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이 때문에 무등산에 오른 이들은 정상 가까이 가지도 못한 채 먼발치에서 눈요기나 하고 발길을 돌리는 게 고작이었다. 광주 시민들 사이에서 "무등산 정상을 돌려달라"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건 당연했다. 이에 '찔끔한' 공군은 2011년부터 매년 한두 번 정상을 '찔끔' 개방했다. 이렇게 반세기 넘게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던 무등산 정상이 마침내 상시 개방된다.
광주시는 9일 공군본부가 무등산 정상을 상시 개방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전날 열린 25번째 무등산 정상 개방 행사에서 "공군본부가 무등산 정상 주변에 설치한 철책 외곽 펜스를 안쪽으로 옮기고 전망대 위치를 변경해 상시 통행로를 확보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왔다"고 전했다. 공군은 현재 방공포대 입구 반대쪽 인왕봉 전망대에서 약 2m 아래쪽에 전망대를 새로 설치하고 정상부 상시 개방 노선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전망대는 위치상 천왕봉 주변 군사 시설이 보이지 않으면서도 광주 시내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광주시는 무등산 정상부 상시 개방 노선 확보 외에도 개방 시간 및 탐방 인원 제한 방안, 안전 사고 대응책 등 상시 개방을 위한 실무 협의도 공군본부, 국립공원공단과 함께 진행할 방침이다. 광주시는 연말까지 공군본부 등과 협의를 마쳐 내년 1월 1일 새해 일출을 시민들이 무등산 정상에서 맞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무등산 정상이 56년 만에 광주 시민 품에 안기게 되면서 시민들 관심은 자연스레 공군 무등산 방공포대 이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전국 18개 산악형 국립공원 중 정상에 군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은 무등산이 유일하다. 광주시는 "공군에 허가한 공유 재산(무등산 정상 부지) 사용 기간이 내년 12월 만료되면 재연장을 해주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이어 "우리 군의 안보시스템도 첨단화, 다각화해 방공포대가 산 정상에 있을 이유가 사라졌다"고도 했다. 국방부에게 무등산 방공포대를 다른 곳(산 밑)으로 옮겨가라고 재촉한 셈이다. 현재 무등산 방공포대 주둔지 10만8,428㎡ 중 70%(7만5,894㎡)가 광주시 소유다.
광주시가 무등산 정상 부지 재사용 불허 방침을 굳히자 국방부와 환경부 등 관계 기관은 내년 12월 이전까지 방공포대 이전 로드맵을 내놓기로 했다. 로드맵은 이전 장소와 시기, 무등산 정상 복원 방향 등 3가지를 주된 내용으로 담고 있다. 앞서 2015년 광주시와 공군, 국립공원공단은 방공포대 이전 관련 협약을 맺었지만 흐지부지됐다. 광주시가 잠정 결정한 광산구 군 공항 공군부대 영내 등 이전 후보지 3곳의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한 탓이다. 광주시는 광산구 공군부대 영내를 방공포대 이전 최적지로 보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무등산을 복원해 방공포대 주둔 56년간 무거운 짐을 지고 서 있는, 그래서 시민들 발길이 닿지 않는 무등산 정상을 시민들 품으로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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