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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10월 일본 간다"…정무수석 발언은 '천기누설'일까[문지방]

입력
2022.10.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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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복 정무수석 "윤 대통령 10월 방일" 언급
尹 한일관계 개선 적극적...'그랜드 바겐' 강조
한일 정상, 뉴욕 회담 이후 상호 메시지 훈풍
양국 현안 복잡해 정상회담 시기상조 지적도
MB는 충돌, 文은 무산...대통령들 방일 잔혹사

편집자주

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통화 후 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과 통화 후 관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비서관이 지난달 서울에서 외신기자 다수와 만났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 유엔총회 참석을 앞둔 시점입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의 발언이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습니다. 정부 소식통이 전한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이 수석은 “윤 대통령이 10월쯤 일본에 갈 것 같다”고 말을 꺼냅니다. 참석자들은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윤 대통령의 방일은 꽉 막힌 한일관계를 단숨에 뒤바꿀 수 있는 정치 이벤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한중관계 개선 필요성을 언급할 때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강조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입니다. 이 수석의 발언에 따른 파장이 신경 쓰였는지 이날 동석한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보도를 자제해달라”며 손을 내저었다고 합니다. 대통령의 일정, 그것도 상대국이 있는 외교일정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 비공개로 감추고 입을 닫아야 할 최측근 참모가 천기를 누설한 셈입니다.

이날 자리는 여러모로 흥미롭습니다. 우리 정부에서 외신기자를 상대하는 책임 있는 당국자는 통상 외교부에서 해당 국가나 지역을 관할하는 국장급입니다. 과거 외교부 동북아국장을 지낸 한 인사는 “매달 한 번꼴로 외신기자들과 만나 술자리를 하며 의견을 듣는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국내기자들 사이에선 “외신을 더 우대하는 것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각종 현안을 물어보려고 매일같이 그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만나기는커녕 전화통화조차 번번이 불통이었으니까요.

이진복(오른쪽)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8월 30일 여의도 국회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찾아가 취임 축하난을 전달한 뒤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진복(오른쪽)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8월 30일 여의도 국회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를 찾아가 취임 축하난을 전달한 뒤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례적으로 외신기자 만난 자리서 언급

정무수석은 차관급 대우를 받습니다. 국정운영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장관급이나 마찬가지죠. 그런데 기껏해야 국장급이 맡는 것으로 알고 있던 외신기자들과의 소통 자리를 이 수석이 앞장서 마련한 것입니다. 이 수석은 당시 자리에 대통령실 소속 직원들도 여러 명 데리고 나갔다네요. 이에 정부 내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후문입니다.

더구나 정무수석은 외교문제가 아닌 여의도 국회에서 야당과 긴밀하게 정치 현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외신기자들과 따로 자리를 마련하는 자체가 이례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본연의 임무와는 동떨어진 것이니까요.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법한 대목입니다.

이 수석에게 발언의 진위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그는 “10월이라 콕 집어 말한 것 같지는 않다”고 한발 물러나면서 “윤 대통령은 현재의 한일관계를 원하지 않고 점진적 개선을 희망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얼마든지 일본에 갈 수 있다는 취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방일 시점이 10월인지, 11월인지 단언할 수는 없으나 조만간 일본을 방문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이 수석은 "원래 친분이 있던 기자들과의 자리"라고 덧붙였지만, 그의 정치적 비중을 감안하면 과연 사적인 자리로만 치부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약식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약식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일 정상간 '훈풍'에 관계 개선 기대감

이처럼 정무수석까지 나서서 물밑에서 활발하게 움직여야 할 정도로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의욕적으로 강조해온 부분입니다. 그 해법은 ‘그랜드 바겐(일괄 타결)’에 담겨 있습니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을 비롯한 과거사 문제 △일본의 수출 규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정상화 △일본 초계기 레이더 사건 등 양국 간 난마처럼 얽힌 현안을 모두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단번에 해결하자는 구상입니다. 최고지도자가 결단을 내려야만 가능한 방식이기에 자연히 한일정상회담은 필수적입니다.

실제 양국 정상의 발언에는 갈수록 긍정적인 기류가 짙게 묻어납니다. 기시다 총리는 3일 의회 시정방침연설에서 "한국은 중요한 이웃", "한일관계를 되돌리겠다" 등 이전과는 미묘하게 달라진 뉘앙스로 한국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상당히 전향적”이라 평가했고, 6일 통화에서는 두 정상 모두 “다양한 현안에서 협력할 파트너”라며 상대방을 치켜세웠습니다. 윤 대통령은 7일 아침 출근길에 “한일관계가 이른 시일 내에 과거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가서 교류가 원활해지면 양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서로 우호적인 말을 주고받으며 분위기를 띄우는 모양새입니다. 지난달 유엔총회 때의 서먹한 분위기와는 꽤 달라진 모습입니다. 당시 윤 대통령이 손수 찾아가 기시다 총리를 만나면서 ‘저자세 외교’ 논란이 불거졌고, 심지어 우리는 줄기차게 만나자는데 일본은 정상회담 직전까지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으니까요. 더구나 북한이 연일 동해로 미사일을 쏘아대는 통에 한일 정상은 더욱 밀착해 공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광주 광산구 우산동 자택을 방문해 큰절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은 강제동원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약속했다. 광주=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일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광주 광산구 우산동 자택을 방문해 큰절하고 있다. 이날 박 장관은 강제동원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약속했다. 광주=연합뉴스


앞서 윤 대통령의 방일 시점을 거론한 이 수석은 한일 정상 간 통화와 관련 “전화통화를 하고 나면 뭐가 좀 만들어지지 않겠나”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가 말한 대로 실제 윤 대통령이 조만간 대한해협을 건널 수 있을지 각별하게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과거사·야당 '친일 국방' 지적은 걸림돌

이처럼 한일 간에 훈풍이 부는 것으로 비치지만,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습니다. 강제동원 문제는 피해자들이 모두 납득하고 일본도 받아들일 만한 묘안을 짜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과거사 문제와 별개로 북한의 도발에 맞서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한다지만 최근 동해상에서 실시된 한미일 대잠훈련을 놓고 야당은 “극단적 친일행위”라며 당대표가 앞장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정치권은 또다시 시끄럽습니다. 초계기 레이더 문제는 일본이 줄곧 사과를 요구하면서 적반하장이라는 국내 비판 여론이 적지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수출 규제로 한국을 거칠게 압박하던 일본의 기고만장한 태도가 아직도 국민들의 뇌리에 선명합니다. 한일관계는 사방이 지뢰밭이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정도로 어느 하나 물꼬를 트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2011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교토 영빈관에서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만나 환담하고 있다. 교토=연합뉴스

2011년 12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교토 영빈관에서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만나 환담하고 있다. 교토=연합뉴스


MB·노다 충돌 등 방일 실패 사례도

과거 대통령의 방일 이벤트가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점도 부담입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12월 교토로 날아가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전격적으로 만났지만 “대통령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언론 인터뷰)고 전할 정도로 실패한 회담이었습니다.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워낙 컸기 때문입니다. 이듬해 이 전 대통령은 전례 없이 독도를 방문하며 항일 의지를 다졌고 이후 양국관계는 악화일로를 걷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아예 일본과 관계 개선의 기회조차 잡지 못했습니다. 도쿄올림픽을 앞둔 2021년 7월 일본 방문이 추진돼 성사 직전에 이릅니다. 하지만 소마 히로히사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인터뷰 도중 극히 부적절한 성적 표현으로 문 전 대통령을 모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국 관계는 또다시 얼굴을 붉히며 속을 끓이는 상황으로 치달았습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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