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통제 발표
해외기업 장비 반입 건별 심사...한국은 예외
중국 반도체 '굴기' 차단 의도...한국기업 촉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4월 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및 공급망 복원 최고경영자 서밋' 화상회의에 참석해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이 7일(현지시간)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는 신규 수출통제 조치를 공식 발표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해외 기업은 건별 심사를 받도록 해 수출 허가 길을 열어 뒀지만 중국 내 생산시설 운영은 중장기적으로 위축될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미국 기업이 특정 수준 이상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에 첨단 기술을 판매할 경우 별도의 허가를 받는 수출통제안을 공개했다. 중국 기업의 경우 ‘거부 추정’ 원칙에 따라 미국 기술이 들어간 장비를 수입할 수 없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6일 18nm(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nm 이하 비메모리반도체(로직칩) 등의 제조 장비가 허가 대상이라고 보도했다. 또 외국 회사의 첨단 반도체 중국 판매도 막힐 것으로 보인다.
향후 중국에는 반도체 장비와 첨단 반도체를 수출할 수 없게 한다는 게 미국 계획인 셈이다. 특히 2016년 설립돼 낸드플래시 제조 강자로 떠오른 중국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핵심 타깃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해외 업체의 경우 1건마다 심사를 받도록 해 장비 반입을 승인할 방침이다. 로이터는 “한국 업체들은 심사를 받겠지만 사실상 새 규제에서 제외된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 정부와도 사전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국의 수출통제 조치가 한국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기업들이 건별 심사를 받는 만큼 중국 내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도 커지고 투자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미 뉴욕타임스는 3일 상무부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동원해 중국에 대한 반도체와 생산장비 수출을 통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의 슈퍼컴퓨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공급을 차단하겠다는 의도에서였다. FDPR는 미국 기술과 장비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했다면 미국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생산된 제품도 미 상무부가 수출통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0년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수출을 막는 식으로 제재를 가했다. 지난 8월에는 ‘반도체ㆍ과학법’을 제정하면서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 10년간 중국 등 우려 대상국에 설비 투자를 하지 못하게 하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을 집어넣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일 뉴욕주 포킵 IBM 연구센터를 방문, “미국이 첨단 반도체 생산에 있어 세계를 선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산업 성장을 막고 패권을 다시 잡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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