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관리단 회장이 주민번호 열람해 이용"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기소유예에 헌법소원
헌재 "개인정보처리자만 할 수 있는 신분범"
검찰이 빌딩관리단 대표자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내린 기소유예 처분을 헌법재판소가 취소했다. 빌딩관리단 대표자는 법적으로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은 개인정보처리자만이 범할 수 있는 죄인데, 검찰이 자의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했다는 취지다.
헌재는 서울 노원구의 한 빌딩관리단 회장인 A씨가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침해를 들어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2020년 9월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기소유예는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으로 죄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헌재가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A씨는 폐쇄회로(CC) TV를 통해 B씨로 보이는 사람이 빌딩 우편함에서 다른 입주자들의 관리비 고지서를 가져간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이에 B씨를 2017년 7, 8월 두 차례 재물은닉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며 고소장에 B씨의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했다.
검찰은 A씨가 빌딩관리단이 수집·관리 중인 구분소유자관리 카드에서 B씨의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한 뒤 기재한 것으로 판단했다. 서울북부지검은 빌딩관리단 회장으로 개인정보처리자인 A씨가 개인정보를 목적 범위를 초과해 이용했다며 2020년 6월 기소유예 처분했다.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를 범위를 초과해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헌재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죄가 개인정보처리자만 범할 수 있는 신분범이란 점을 강조했다. 헌재는 "B씨를 포함한 빌딩 소유자들은 A씨 개인이 아니라 빌딩관리단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빌딩관리단 단체가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개인정보보호법 양벌규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개인정보처리자는 '법인 또는 개인'으로 규정하는데, 빌딩관리단은 법인이 아닌 사단이고 A씨는 기관 대표자 지위에 있을 뿐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A씨에게 개인정보처리자라는 신분이 없고 양벌규정도 적용할 수 없다면 검찰은 혐의없음 처분을 했어야 한다"며 "단체 대표라는 이유만으로 혐의를 인정해 기소유예 처분한 것은 법리오해 또는 수사미진으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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