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정책, 장관이 국무부 가서 설득해야 관철
복지차관 이미 두 명...셋 둘 생각 없다는데 '차관급' 구상"
정부가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데 대해 문재인 정부 초대 장관을 지낸 정현백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현 정부)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다. 역사적 퇴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가 '여성·청소년 등 특정 대상 업무 수행으로는 종합적 사회정책을 추진하기 곤란하다'는 개편 이유를 밝힌 데 대해서도 정 전 장관은 "성평등 정책은 장관이 국무부 가서 (대통령을) 설득해야 관철된다"고 일축했다.
정 전 장관은 7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저는 당연히 (여가부) 폐지에 반대한다. 과거의 시행착오를 다시 반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4일 행정안전부는 여가부를 폐지하고 소관 업무 대부분을 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해 이관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차관급의 본부장을 두고, 산업자원부의 통상교섭본부 같은 중추적 역할을 할 거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 장관은 이에 대해 지금의 여가부 업무가 오히려 주변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본부장이 산하에 갈 경우에는 사실 차관급도 잘 되기 어렵다. 일단 복지부는 차관이 둘이기 때문에 제3차관은 임명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며 "2급, 3급의 공무원들이 아무리 성평등을 현실화하려는 욕구가 있어도 절대로 관철되지 않는 것이 정부 구조"라고 지적했다.
가장 우려되는 건 여가부 업무가 각 부처로 쪼개지면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정 전 장관은 "정부의 개편안대로는 안정적인 일자리, 직장 내 성차별 해소 정책 등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 성별 임금 격차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순위가) 제일 낮지 않나. 고용노동부에서 여성 임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해당사자들끼리 충돌한다"고 짚었다. 이어 "스토킹 처벌법은 있지만 스토킹 피해자 지원이나 보호법은 아직 오리무중이다. 이런 걸 고용노동부가 하나, 복지부가 하나. 여가부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의지가 있다면 온 부처가 협력하고 성평등본부가 중추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대통령께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하시는데 가능하겠냐? 저는 대단히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여가부 직원들이 부처 폐지를 원한다'고 공언한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 대해서도 "이런 발언은 주관적이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여가부 문제는 고도로 정치화돼 있다. 항상 논란의 중심에 서 있으니까 직원들이 고초를 겪는다"고 질타했다.
다만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통과 전망은 불투명하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가보훈부 승격과 재외동포청 신설에는 찬성하지만, 여가부 폐지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민주당이 여가부를 존속시킨 것은 민주당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고 정책적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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