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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조선의 4번타자'

입력
2022.10.07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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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지난달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투어 행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지난달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은퇴 투어 행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국가대표 야구대항전의 영웅은 누가 뭐래도 라이온킹 이승엽이다. 그러나 승부의 분수령에는 ‘조선의 4번타자’가 있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 한일전에서 0-2로 끌려가던 승부를 동점으로 만든 대형 홈런, 2015년 WBSC프리미어12 4강전에서 일본 괴물투수 오타니 쇼헤이에게 눌려 9회초까지 0-3으로 뒤져있던 경기를 뒤집은 2루타의 주역은 이대호(40ㆍ롯데)였다.

□ 역대 통산 홈런 3위, 9경기 연속 홈런, 홈런왕(2회) 같은 기록은 홈런타자로서 이대호의 진가를 입증한다. 하지만 그의 스윙은 힘을 바탕으로 한 전형적인 거포들과 다르다. 이대호의 스윙은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기술적 스윙이다. 실제로 물 흐르는 듯한 그의 스윙은 130㎏이라는 거구의 것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아하다. 장타가 필요할 때는 장타, 진루타가 필요할 때는 진루타를 칠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는 얘기다. 야구 전문가들은 “발 느린 것 빼고는 만점”(심재학), “기술적으로 가장 완벽한 타자”(박용택)라고 평가한다. 한국인 타자로서는 유일하게 이대호가 한미일 3국에서 모두 준수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일 터다.

□ 이대호는 이견 없이 최동원 이후 롯데라는 프로야구팀을 상징하는 슈퍼스타다. 시범경기와 4월에는 승승장구하다가 결국 중ㆍ하위권으로 추락하는 ‘봄데’야구에 분노하며 “다시는 롯데 야구 보나 보자”고 분통을 터뜨리는 부산시민들을 은근슬쩍 사직구장으로 불러들이는 선수다. 최동원이 ‘자이언츠의 별’이라면 이대호는 ‘자이언츠의 엔진’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다. 롯데는 최동원(11번)에 이어 이대호(10번)의 배번을 영구결번하기로 했다.

□ 올 시즌 전 은퇴를 공언했던 이대호가 8일 LG와의 홈경기에서 마침내 그라운드를 떠난다. 투고타저인 올 시즌에 20홈런과 100타점을 넘겼고 한때 타격왕 경쟁까지 했으니, 성적만 놓고 보면 “몇 년 더 하고 떠나라”는 말이 괜한 부추김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다. 야구 도시 부산팀의 성적이 프로야구의 전체 흥행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실력으로나 상징성으로나 절대적인 그의 은퇴에 대한 아쉬움은 롯데 팬들의 것만은 아닐 것이다. 박수 칠 때 떠나는 용기를 낸 이대호의 결심에 응원을 보낸다.

이왕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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