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독’ 신민준(23) 9단이 국내 랭킹 1위 신진서(22) 9단을 2연승으로 꺾는 대이변을 일으키며 역대 10번째 명인 반열에 올랐다.
신민준은 6일 경기 성남시 K바둑스튜디오에서 열린 제45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결승 3번기 2국에서 백 불계승을 거뒀다. 이로써 신민준은 전날 흑 불계승에 이어 시리즈 전적 2승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아울러 1968년 창설한 명인전에서 조남철 김인 서봉수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 최철한 그리고 지난해 신진서에 이어 역대 10번째 명인으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국내 랭킹 1위이자 지난해 우승자 신진서는 역대 5명(서봉수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박영훈)만 가진 ‘명인전 연패’ 기록을 쓰는 데 실패했다. 아울러 신진서가 국내 기전 중 단판 승부가 아닌 번기 승부(다전제)에서 패한 것은 2019년 용성전 결승전(3번기)에서 박정환 9단에 2패로 패한 이후 무려 3년 만이다. 신민준은 우승 상금 6,000만 원을, 신진서는 2,000만 원을 받게 됐다.
이날 대국은 신민준이 ‘선 실리 후 타개’ 작전을 펼치며 초반부터 우세하게 끌고 갔다. 신진서가 우하귀에서 백 대마를 끊어 큰 전투를 유도하며 판을 흔들었고 초읽기까지 유도하며 몰아붙였지만 신민준이 침착하게 응수하면서 흐름을 빼앗기지 않았다. 대국을 지켜본 정두호 4단은 “신민준 9단이 주요 승부처에서 신진서 9단의 힘에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이득을 많이 보면서 시종일관 유리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완벽에 가깝게 뒀다”라고 분석했다.
신민준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초반엔 실리를 추구하면서 형세가 좋다고 봤지만 중후반부터 변화가 너무 심했다”면서 “초읽기에 몰리면서 계가가 정확하지 않았는데 경기 후반 좌하귀를 굳히면서 승리를 예감했다”고 총평했다.
2012년 입단 동기 간 대결이었던 이번 결승 대국을 놓고 바둑 전문가들은 신진서의 우세를 점쳤다. 실제로 둘은 이번 대회 전까지 결승전에서 4번 만났지만 4번 모두 신진서가 승리했고, 상대 전적 역시 26승 8패로 신진서가 크게 앞섰다.
결승까지 오르는 과정도 완전히 반대였다. 신진서는 ‘우승자 시드’를 받아 승자조에서 승승장구했지만, 신민준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예선에서 홍무진 5단에 패하면서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올랐고, 승자조에서도 8강에서 김지석에게 패한 뒤 패자조에서 5연승하며 힘겹게 부활했다. 신민준은 그러나 결승에서 신진서에게 예상 밖의 완승을 거두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신민준은 “강한 상대였기에 오히려 크게 긴장을 안 했다. 1국에 이기고도 막판에 역전당한 적도 많았다. 오늘 2국도 큰 기대 안 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몸을 낮췄다. 이어 “예선 탈락하고도 와일드카드로 운 좋게 처음부터 시작하게 됐다”면서 “결승 번기 승부(다전제)에서도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최선을 다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신민준은 “기복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민준은 “LG배 우승(2021년 2월) 이후 다소 부진해서 팬들께 죄송했는데 이번 우승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성원에 보답한 것 같다. 앞으로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승리의 달콤함을 만끽할 시간도 없이 당장 다음 주 11일부터 농심 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을 치른다. 신민준은 “사실 최근엔 명인전 결승만 준비했다”면서 “좋은 결과를 얻은 만큼 신라면배에서도 이 기세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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