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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을수록 창업에 유리하다'는 거짓...통념 깨는 데이터가 삶의 무기

입력
2022.10.06 18: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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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광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ㆍ더퀘스트 발행ㆍ364쪽ㆍ1만8,800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ㆍ더퀘스트 발행ㆍ364쪽ㆍ1만8,800원

“젊은 사람들이 더 똑똑합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의 말이다. 그렇게 젠체할 만도 하다. 저커버그는 열아홉에 페이스북을 설립했다. 빌 게이츠도 열아홉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시작했고, 스티브 잡스는 스물하나에 애플을 만들었다. 창업은 '젊은 피'들의 전유물이고 중년이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정말 그럴까?

'젊을수록 창업에 유리하다'는 사회 통념은 틀렸다. 2007~2014년 미국 창업자 270만 명의 평균 나이를 조사하니 42세로 나타났다. 불혹의 창업자들이 만든 회사는 생존기간, 순수익 기준으로 청년들이 세운 회사보다 나았다. 심지어 60세 스타트업 창업가가 가치 있는 회사를 만들 확률은 30세 창업가보다 세 배 이상 높았다. 저자는 말한다. “사업 성공은 대부분 수십 년간 한 분야에서 통달해 얻은 결과물이다.”

인간 활동에서 쌓인 데이터가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간 활동에서 쌓인 데이터가 판단 기준이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새삼 중년을 추앙하려는 건 아니다. 무의식적으로 믿는 통념들이 막상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틀릴 수 있다는 말이다. 데이터 학자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새 책 ‘데이터는 어떻게 인생의 무기가 되는가’를 관통하는 주제다. 야구광ㆍ영화광이라면 ‘일상생활에 적용한 머니볼’이라는 말로 쉽게 이해될 테다. 메이저리그 약소 구단이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막연한 직관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한 선수 선발로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사랑ㆍ교육ㆍ직업 등 알쏭달쏭한 문제들에도 데이터를 활용하면 더 나은 경기력을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우선 동서고금의 관심사 연애부터. 1만1,196쌍의 연인들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행복한 연애를 할 열쇠는 상대가 아닌 당신에게 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할수록 즐거운 연애를 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 “나는 만족을 몰라”라고 노래한 로커 믹 재거는 연애 후보에서 빼자. 참고로, 상대방의 외모ㆍ키ㆍ직업ㆍ자신과의 유사성 등은 연애 관계를 예측하는 데 아무 도움이 안됐다.

부모라면 기뻐야 할지 울어야 할지 헷갈릴 내용도 있다. 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한 결과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충격적으로 작다”는 결과가 쌓이고 있다. 딱 하나 중요한 변수는 ‘사는 동네’. 특히 여성과 흑인의 경우 아이들이 ‘롤 모델’로 삼을 성인이 많은 지역에 사는 게 중요했다. 미국도 맹모삼천지교가 중요하다는 통찰. 이사가 쉬운 문제는 아니니 핵심만 기억하자. “아이들이 영감을 받을 사람을 만날 기회를 만들어라.”

‘인간은 데이터 이상으로 복잡하고 심오한 존재’라고 외치고 싶지만 명백한 숫자 앞에 수긍할 수밖에 없는 책. 어려운 가정에서 자란 선수들이 ‘근성’으로 성공할 것 같지만, NBA 선수의 압도적 다수는 중산층 출신이다. 알짜 부자는 워싱턴 변호사, 월스트리트 투자자가 아니라 부동산 임대업ㆍ도매업ㆍ자동차 판매업 사장님 중에 많았다. 예술가라면 한 화랑에서 몇 년 동안 주구장창 전시회를 열기보다 다양한 화랑에 작품을 거는 것이 좋다. 재능만으로 충분하지 않고, 사람들의 눈에 띄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다.

달리기만 해도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달리기만 해도 행복감을 높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데이터 사이에는 행복 방정식도 숨어 있다. 충격적일 정도로 평범하다는 게 반전이라면 반전. ‘지금 이 행동을 해서 행복하다’는 데이터 300만 개를 수집한 결과, 긍정적 활동 열 가지 중 다섯 개가 달리기, 원예, 낚시, 등산 등 자연 속 활동이었다. 행복하려면 딱 이 기사까지만 읽고 산책을 나가길. 사람들은 일에서 불행을 느꼈는데, 음악을 들으며 일하거나 친구와 함께 일하면 반대로 유쾌함을 느꼈다.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거의 모든 인간 활동과 관련된 어마어마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다. 자유의지를 깨부수는 데이터의 위력이 섬뜩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더 나은 삶을 살게 할 도구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최소한 ‘직관을 따라라’ 유의 막연한 낙관주의보다는 그럴싸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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