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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지지율에 달렸다

입력
2022.10.0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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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희
이준희한국일보 고문

중도·온건보수 다 이탈한 윤 정부 지지층
너무 낮은 지지율로는 국정 이끌 수 없어
총체적 재검토 통한 지지율 제고가 우선

8월 초에도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일부 조사에서 24%까지 떨어졌다. 2017년 박근혜 탄핵 직후 홍준표 후보가 얻은 대선 득표율이 딱 그 수치였다. 흔들리지 않는 골수보수가 그 정도라는 뜻이니 윤 대통령으로선 밑바닥을 친 셈이었다. 그래도 다르게 볼 여지가 있었다. 초반 혹독한 학습효과를 확신하면서 윤 정부가 최저점을 지나고 있다고 봤다.

실제로 지지율이 조금씩 반등해 30% 중반까지 올라갔다. 게다가 언론의 집중조명에다 일정 성과가 담보된 국제무대 행보를 앞둔 터여서 상승세는 가팔라질 것이었다. 그런데, 도리어 이 일로 지지율이 다시 최저로 내려앉았다. 민주당의 외교참사론은 과장이지만 윤 정부 입장에선 이런 참사도 없다.

8월과 지금의 24%는 의미가 다르다. 그때는 권성동 문자와 생뚱맞은 5세 입학 따위의 돌출성 이슈로 비롯됐다. 이번은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바뀌지 않는 윤 대통령의 가벼운 언행과 고집은 차치하고라도 조문외교와 미일 정상 간 만남 같은 절호의 기회를 준비 부실과 순발력 부족으로 날려버린 외교팀, 시종 요령부득과 늑장대응으로 일을 키운 공보팀, 오히려 불쏘시개 역할을 한 당에 이르기까지…. 중도와 온건보수층의 완전한 이탈은 어디 하나 믿을 곳 찾지 못한 절망감의 반영이다.

지금부터가 더 심각하다. 집권 초반에 한 달여의 짧은 시차를 두고 두 차례나 지지율이 바닥을 쳤다는 건 압도적 부정 정서가 상시화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20%대는 쉽게 건드려질 만만한 수치가 됐다. 좀 잘한들 이번처럼 곧바로 상처받은 경험 때문에 심리적으로 흔쾌한 지지가 망설여질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에게 크게 놀랐던 발언은 지지율 데드크로스 현상이 처음 나타난 7월 초에 나온 것이었다. “(지지율은) 별 의미 없다. 국민만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 이건 모순이다. 국민 평가를 도외시하면 그게 정치인인가. 말대로라면 그의 정치는 국민의 요구를 이해하는 게 아닌, 국민의 이해를 요구하는 거꾸로 정치가 된다. 인기 없는 지도자의 도피처인 ‘역사의 평가’를 벌써 떠올린 건지는 모르겠으나 당대의 평가를 뒤집는 역사의 평가란 거의 없다.

대통령 지지도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 자체가 국정의 핵심동력이다. 아무리 담대한 국정목표를 갖고 있어도 이렇게 낮은 지지도로는 어떤 일도 하기 어렵다. 더욱이 민주당이 막강한 의회권력을 보유한 환경에서 윤 대통령이 믿을 건 국민 다수의 신뢰뿐이다.

작게는 이번 서툰 외교나 비속어 논란만 해도 그렇다. 지지도가 높았다면 애당초 이토록 문제 될 사안도 아니었고 사과나 유감표명도 쉬웠을 것이다. 낮은 지지율이 사소한 사안에서조차 ‘밀리면 안 된다’는 강박적 대응의 원인이다. 당대표 리스크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민주당이 심할 만큼 시종 공격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상대의 낮은 지지율에서 비롯된 자신감 때문이다. 여론을 업은 강한 대통령이 상대라면 훨씬 유화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뜻 무례하게 들리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거침없는 “무례” 발언도 같은 배경이다.

결론은 지지율 제고가 윤 대통령의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는 말이다. 문 정부와 차별화한 국제·대북관계, 경제 등에서의 큰 정책방향은 아직은 시비하기 이르다. 다만 인사 원칙과 주변 문제, 개인적 인식과 태도 등 지지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문제들만큼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바란다. 전 정권에 진저리치며 그를 선택한 보수인사들까지 수없이 해온 주문이다. 도대체 이 대목에 관한 한 윤 대통령이 미련을 두거나 끝내 지켜야 할 게 뭐가 있나.

이준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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