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 원성진 9단 백 이지현 9단 패자조 4회전 <2>
기력을 늘리는데 의외로 중요한 것이 바로 빈도(頻度)다. 기력은 일반적으로 다섯 가지 요인(포석, 정석, 수읽기, 사활, 끝내기)으로 결정되는데, 실전에서 정답 또는 그에 버금가는 수법을 잊어버리지 않고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대국을 하다 보면 자신이 5급이더라도 1급 수준의 좋은 수를 둘 수 있다. 하지만 5급이 다섯 판에 한 번 그 수를 둔다면 3급은 세 판에 한 번, 1급은 매 판 그 수를 둔다. 더 많은 수법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외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기만 해도 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흑의 실리와 백의 세력이 균형을 이룬 상황. 흑3에서 원성진 9단의 고심이 느껴진다. 3도 흑1, 3이 일반적인 착상이나, 백4의 날 일자 공격이 싫다는 판단이다. 그렇기에 이지현 9단이 실전 백4, 6으로 끊어간 것은 당연한 수순. 흑11, 13, 15의 유연한 발상이 눈에 띈다. 상변 세력과 흑15의 끝내기를 통해 좌상귀를 백에게 내주어도 둘 만하다는 원성진 9단의 대국관이다. 이지현 9단 역시 백26의 실전적인 수법으로 맞대응한다. 그러나 이내 놓인 백32가 방향 착오. 4도 백3으로 어깨를 짚으며 우상귀 일대를 삭감할 장면이었다. 실전 흑33에 돌이 놓이자 백의 상변 삭감이 더 난해해졌다. 백34의 침입 역시 흑41까지 큰 소득은 없는 모습. 결국 백은 다시 상변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정두호 프로 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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