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더비’에서 전북이 울산의 시즌 2관왕 꿈을 깨뜨리고 2년 만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에 올랐다.
전북은 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원정 경기로 열린 2022 하나원큐 FA컵 4강전에서 울산과 전후반 90분 동안 1-1로 맞선 뒤 연장 후반 4분 터진 조규성의 결승 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전북은 구단 사상 처음으로 K리그와 FA컵에서 우승해 '더블'(시즌 2관왕)을 달성한 2020년 이후 2년 만에 FA컵 결승에 올라 통산 다섯 번째 우승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FA컵 결승 진출은 일곱 번째다.
전북의 결승 상대는 이날 대구FC와 원정 경기에서 1-0으로 이긴 FC서울이다. FA컵 결승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리며 1차전은 오는 26일(서울 홈), 2차전은 29일(전북 홈) 개최된다.
이날 패배로 울산의 2017년 이후 5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 FA컵 우승은 불발됐다. 정규리그에서도 우승 경쟁 중인 두 팀은 8일 문수경기장에서 열릴 하나원큐 K리그1 2022 파이널A 35라운드에서 다시 맞붙는다.
울산은 마틴 아담을 최전방에 세우고 바코, 아마노 준, 오인표를 2선에 배치해 공격진을 꾸렸다. 전북은 조규성과 송민규를 투톱에 세우고 좌우 측면을 각각 바로우와 한교원에게 맡겨 울산에 맞섰다.
사흘 뒤 K리그 우승을 놓고 다시 맞붙어야 하는 만큼 울산은 그동안 체력 소모가 컸던 주축 수비수 김영권을, 전북은 부상 여파가 있는 중앙수비수 홍정호와 공격수 구스타보를 아예 출전 선수 명단에서 제외하는 등 양 팀 모두 부분적인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전북이 초반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전반 7분 한교원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에 송민규가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을 갖다 댔으나 골대를 맞고 나가고, 3분 뒤 페널티지역 안 왼쪽에서 송민규의 패스를 이어받은 이은 김진수의 왼발 슛은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에 걸렸다.
선제골은 위기를 잘 넘긴 울산의 몫이었다.
전반 13분 바코가 상대 골 지역 왼쪽으로 파고들어 오른발로 슈팅한 공이 골키퍼 송범근에게 막혔다. 그러고 나서 흘러나온 공을 이규성으로부터 건네받은 원두재가 페널티지역 안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으로 전북 골문에 꽂았다.
전북은 전반 40분 바로우의 '원더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상대 미드필드 진영에서 공을 잡은 바로우가 툭툭 몰다가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벼락같은 왼발 중거리 슛으로 울산 골문을 열었다. 최근 K리그1에서 4경기 연속골을 터트린 바로우가 다시 한번 절정의 골 감각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전반을 1-1로 맞선 채 마친 뒤 울산이 후반 시작하며 오인표 자리에 엄원상을 투입했다.
후반 17분 울산은 이규성을 빼고 이청용, 전북은 한교원을 불러들이고 김보경을 내보냈다.
이후 울산의 공세가 한 차례 휘몰아쳤다. 후반 24분 엄원상이 골 지역 오른쪽을 파고들어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골포스트에 튕겨 나왔고, 이어진 바코의 왼발 중거리 슛은 송범근이 몸을 던져 쳐냈다.
홍명보 울산 감독은 후반 32분 아담을 빼고 레오나르도를 투입해 승부수를 띄웠다. 전북도 후반 32분 김보경의 왼발 중거리 슛이 조현우에게 막힌 뒤 바로우를 문선민과 교체해 맞불을 놓았다.
전북은 주장인 국가대표 왼쪽 풀백 김진수가 오른쪽 허벅지 통증을 호소해 후반 43분 최철순과 교체해야 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울산 레오나르도와 전북 박진섭이 전북 페널티박스 안에서 충돌했고, 박진섭을 머리로 들이받은 레오나르도가 비디오판독(VAR) 끝에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는 변수가 발생했다. 박진섭은 경고를 받았다.
이후 경기는 연장으로 이어졌고 10명이 싸우게 된 울산은 중앙수비수 김기희를 정승현으로 교체했다.
전북은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한 채 연장 전반을 보낸 뒤 맹성웅을 김진규로 바꿔 승부차기 이전에 승패를 가르려 했다.
결국 연장 후반 4분 양 팀의 희비가 엇갈렸다.
김문환이 페널티지역 안 오른쪽에서 낮고 빠르게 찔러준 공에 조규성이 골 지역 오른쪽에서 왼발을 갖다 대 천금 같은 역전 결승 골을 뽑았다.
DGB대구은행파크에서는 나상호의 연장 후반 추가 시간 '극장 골'을 앞세운 서울이 대구를 제압했다.
1998년과 2015년 FA컵에서 우승했던 서울은 2016년(준우승) 이후 6년 만에 결승에 진출, 7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린다.
반면 2018년 우승, 지난해 준우승팀인 대구는 2년 연속 결승 진출을 노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대구와 서울은 공교롭게도 최근 K리그1에서 두 차례 연속 맞대결을 펼친 뒤 FA컵에서도 만났는데, 지난 두 경기에서 연이어 3실점을 떠안으며 연패했던 서울이 이번엔 웃었다.
두 팀 모두 아직은 K리그1 강등권과 완전히 멀어지지 않은 처지라 주말 리그 경기에 더 집중하다 보니 힘을 뺀 라인업으로 마주 섰다.
대구는 공격을 이끄는 세징야와 고재현, 서울도 일류첸코와 나상호, 중원 사령관 기성용 등을 벤치에 둔 채 시작했다.
전반 45분 서울 강성진의 오른쪽 측면 크로스에 이은 김신진의 헤딩 슛이 전반전 중 득점에 가장 근접한 기회였으나 대구 오승훈 골키퍼가 막아내며 0의 균형이 이어졌다.
후반전 초반 오승훈의 연이은 선방으로 실점 위기를 넘긴 대구가 세징야와 고재현 교체 카드를 먼저 가동했고, 서울도 후반 18분 나상호, 26분엔 일류첸코를 잇달아 투입하며 화력 경쟁이 본격화했다.
후반 35분 세징야의 프리킥을 제카가 골 지역 왼쪽에서 연결한 뒤 고재현이 밀어 넣어 대구가 결실을 보는 듯했지만, 제카의 오프사이드가 지적되며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아 결국 연장 승부가 펼쳐졌다.
연장전 후반 막바지까지 0의 균형이 이어지자 서울은 추가시간에 접어들며 골키퍼를 바꾸는 강수로 승부차기에 대비했지만, 그 직후 주장 나상호의 단독 드리블에 이은 한 방이 터지며 승부를 갈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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