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개 터널 중 화재경보기 9곳
제연·배연설비 설치율 10%
서범수 의원 "의무 설치해야"

2016년 11월 8일 수서고속철도 개통을 한 달 앞두고 율현터널에서 ㈜SR, 철도시설공단, 평택시, 철도경찰대, 평택소방서 등이 화재 사고 대비 종합훈련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서울 강남 수서역에서 평택 지제역을 잇는 수서평택 고속선의 율현터널(52㎞). 세계에서 4번째로 긴 지하 40~65m 깊이의 철도터널이지만 화재 상황을 곧장 인지할 수 있는 화재감지기가 없다. 50㎞가 넘는 분당터널도 마찬가지. 안산터널 역시 방재설비라고는 피난유도등과 표지뿐 소화기조차 없었다.
한국철도공사가 관리하는 철도터널의 96%가 화재감지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철도터널의 93%는 재난방송 수신도 불량 상태였다. 철도터널은 이용자가 많고, 폐쇄돼 있어 위험이 큰 만큼 화재설비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 소관 전국 247개 철도터널 중 화재감지기가 설치된 곳은 9곳(3.6%)에 불과했다. 철도터널 11곳은 소화기도 구비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연기를 가두거나 옥외로 배출하는 제연설비와 배연설비는 설치율이 10%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고속도로, 일반국도 등 도로터널은 도로터널 화재 안전 기준에 따라 △소화기 △옥내소화전설비 △비상경보기 △자동화재탐지설비 △비상조명등 △제연설비 △화재감지기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철도터널은 1㎞ 이상 터널에 대해서만 철도공단이 안전성 분석을 시행하고, 설치 여부를 결정하는 탓에 터널별로 설치된 화재설비가 제각각인 상황이다.
사고 상황을 들을 수 있는 재난방송 수신 상태 또한 철도터널의 93%가 불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의 철도터널을 포함한 전국 668곳의 재난방송 수신 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KBS FM은 93.1%(622곳), KBS DMB는 92.5%(618곳)가 불량으로 측정됐다. 방송통신발전법상 터널, 지하공간 등 방송수신 장애 지역에는 민방위 경보 수신을 위해 방송통신설비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서범수 의원은 "철도터널에서의 화재나 재난 안전 위험에 대한 방재시설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철도터널에서의 화재·안전사고는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안전시설과 방재설비가 의무적으로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또한 "화재감지기는 화재 정보를 전달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식으로 폐쇄회로(CC)TV로 볼 수 없는 화재까지 감지할 수 있다"며 "위험한 터널에서 방송조차 단절된다면 대처도 쉽지 않아 설비 마련 등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철도공사는 "목표치엔 미달되지만 재난방송설비가 설치된 곳은 정기적으로 점검하면서 라디오 청취, 시청이 가능한 것을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가철도공단 또한 "수도권 철도 8개는 재난방송수신설비를 지난해 구축 완료했고, 신규 노선 철도터널은 현재 구축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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