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성남일화축구단→성남FC 시기 주목
재선 노리던 이재명 "시민 구단" 요구 수용
시 예산+기업 후원+공모주로 '150억' 계획
기업 후원과 공모주 실패...80억가량 못 채워
검찰, 운영비 부족 상황을 범행 동기로 추정
성남FC 후원금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성남FC 창단 초기 계획했던 구단 운영비 150억 원 중 80억 원가량을 채우지 못해 성남시가 관내 기업을 상대로 후원금을 유치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 당시 성남시장 재선을 노리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업들에 '민원 해결'을 대가로 구단 후원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시민구단 요구 터져 나온 '성남FC 출범 시기'부터 주목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 유민종)는 성남FC 전신인 성남일화축구단이 연고지 이전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던 2013년 8월 이후 상황부터 사건을 재구성하고 있다. 2013년은 성남시민들이 연고지 이전을 반대하며 성남시가 일화축구단을 인수한 뒤 시민구단 형태로 재창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시점이다.
검찰은 당시 이재명 시장이 2014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재선을 노리고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성남시민들뿐 아니라, 지역 정치권에서도 시민구단 필요성을 강하게 피력했기 때문에, 이 대표도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한 '시민구단 창단' 카드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3년 10월 "성남시민들이 일화축구단의 인수를 요구했으며 시민들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구단 인수를 공식화했다.
문제는 구단 운영비였다. 이 대표는 구단 인수를 발표하며 "1부 리그 중위권을 유지하는 데 15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시 부담을 60억 원 정도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스폰서 기업을 찾겠다"며 공언했다. △시 예산 70억 원 △기업 후원 50억 원 △시민주 공모 30억 원으로 150억 원을 채우겠다는 게 당시 이재명 시장의 계획이었다.
메인 스폰서 구하기는커녕 파산 우려…'민원 기업' 접촉 동기
하지만 성남시의 계획은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다. 시 예산 70억 원은 성남시의회를 무사히 통과했지만, 기업 후원 계약이 성사되지 않았다. 관내에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 40여 곳을 접촉했지만 허사였다. 특히 기업 후원 목표액 중 30억~40억 원을 '메인 스폰서'로 충당한다는 계획은 성남FC 출범 후 첫 시즌이 마무리될 때(2014년 9월)까지도 실현되지 않았다. 구단 안팎에선 축구단 파산 이야기까지 오르내렸다. 시민주 공모 또한 6억8,000여만 원에 머물면서 목표 금액인 30억 원에 한참 못 미쳤다.
검찰은 이 대표와 성남시가 시민구단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민원 사안'이 있었던 관내 기업들을 물색해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허가와 용도 변경 등을 원하는 기업들을 접촉해 민원 해결 대가로 성남FC 후원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에 공무원(이재명 대표 등)이 직무집행(인허가 등) 대가로 제3자(성남FC)에 뇌물(후원금)을 주도록 하면 성립하는 '제3자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이어나가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연루된 기업은 6개다.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은 건물 신축 관련 인허가나 용도 변경, 농협은 성남시 금고 계약 연장을 대가로 성남FC를 후원했다는 의혹이 있다. 알파돔시티와 현대백화점과 관련해선 주변 상인들의 백화점 개점 반대 민원을 해결하는 대가로 후원금을 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재명 대표 측 "광고 업무는 성남FC 고유 영업"
검찰은 지난달 30일 두산건설 전 대표(뇌물공여)와 전 성남시 전략추진팀장(제3자뇌물수수)을 기소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을 기소한 뒤, 연루 기업들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과 이 대표를 조사할 예정이다.
이 대표 측은 검찰이 검토 중인 뇌물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대표 측은 앞서 "성남FC는 독립된 법인으로서 광고 업무는 성남FC 고유의 영업 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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