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철도노조 2013년 민영화 반대 파업
영장 없이 건물 수색... 유리문까지 부수고 진입
헌재 "긴급한 사정 아니면 영장 없이 수색 안 돼"
법원 "긴급한 상황 아냐... 국가 배상 책임 있어"
수색영장 없이 현관 유리문을 부수고 민주노총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던 경찰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9년 만에 나왔다.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에 따른 것이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부장 김창형 당우증 최정인)는 지난달 30일 민주노총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민주노총 철도노조는 2013년 12월 철도 민영화 반대 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당시 파업을 불법으로 보고, 김명환 당시 철도노조 위원장 등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과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 수색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법원은 체포영장은 발부했지만 "소명이 부족하다"며 수색영장은 허락하지 않았다.
경찰은 그러나 수색영장 없이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 강제 진입했다. 5,000여 명의 경찰을 동원해 건물을 봉쇄한 뒤, 현관 유리문까지 부수면서 지도부 체포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격렬한 충돌 끝에 130여 명의 조합원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지만, 김 위원장의 신병은 확보하지 못했다.
민주노총은 2014년 이성한 당시 경찰청장과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민주노총은 "수색의 객관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상황이었다"며 "위법한 수색으로 인한 집기 파손 등 66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1심과 2심은 그러나 "적법한 공무집행"이라며 경찰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그러나 지난해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헌법재판소가 2018년 "'긴급한 사정'이 아닌 '필요한 때'에 영장 없이 피의자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법률은 헌법상 영장주의 예외 원칙에 어긋난다"며 형사소송법 216조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파기환송심에서 경찰의 강제 진입 과정에서 긴급한 사정이 인정되는지 다시 살펴보라고 했다. 국회는 이후 헌재 판단을 반영해 형사소송법 조항을 개정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당시 경찰의 강제 진입이 '긴급한 사정이 있는 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경찰의 출입 통제 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건물에서 벗어나서 체포영장 집행이 어려워질 것이란 급박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은 건물을 봉쇄했기 때문에 수색영장 발부를 기다릴 여유도 충분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민주노총 소유 집기 파손도 오로지 경찰 책임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①체포가 영장주의 원칙을 어기고 이뤄졌고 ②경찰이 지도부를 체포하지 못했고 ③당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조합원들이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들어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