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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향한 '찌질' 포르노 스타… 누가 떠오르지 않나요?

입력
2022.10.08 1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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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영화 '레드 로켓'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17년 만에 고향을 찾은 마이키는 조금씩 삶의 활력을 얻어가며 예전처럼 다시 고향을 떠날 생각을 한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17년 만에 고향을 찾은 마이키는 조금씩 삶의 활력을 얻어가며 예전처럼 다시 고향을 떠날 생각을 한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18세 이상

한 중년남자가 바쁘게 이동한다. 행색은 추레하고, 몸 곳곳이 멍들어 있다. 그는 어떤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리나 집주인은 그를 반기지 않는다. 그럴 수밖에. 집주인은 장모 릴(브렌다 데이스)과 아내 렉시(브리 엘로드). 사내 마이키(사이먼 렉스)는 이들을 고향 텍사스시티에 17년 동안 내버려두고 로스앤젤레스에서 지냈다. 직업은 포르노 배우. 무슨 연유인지 모르나 그는 무일푼으로 귀향해 몸 누일 곳을 찾고 있다.

①17년 만에 아내 집에 얹혀 살게 된 남자

마이키는 현란한 말솜씨로 17세 소녀 라일리의 마음을 훔친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마이키는 현란한 말솜씨로 17세 소녀 라일리의 마음을 훔친다.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마이키는 읍소 끝에 릴과 렉시의 집 소파를 차지한다. 월세를 내겠다는 조건이다. 마이키는 일자리를 찾으나 마땅치 않다. 오랜 시간 이렇다 할 이력이 없기 때문이다. 마이키는 자신이 포르노 배우로 꽤나 유명했다고 떠벌리나 고용주들은 더 난감해한다. 그는 대마초 밀매업자를 찾아 중개상으로 일하겠다고 나선다. 오랜만에 현금을 손에 쥐게 되고 장모와 아내에게 큰소리를 치게 된다. 한턱 쏘겠다며 인근 도넛 가게를 함께 찾는다. 마이키는 그곳에서 단번에 자신의 눈을 사로잡는 소녀 라일리(수잔나 손)와 마주하게 된다.


②배덕으로 새 삶을 도모하다

마이키는 아내 렉시와 관계를 회복한 듯하나 사실은 렉시를 이용할 생각밖에 없다.

마이키는 아내 렉시와 관계를 회복한 듯하나 사실은 렉시를 이용할 생각밖에 없다.

마이키는 17세 라일리가 몇 달 후면 미성년자를 벗어난다는 점을 눈여겨본다. 포르노 배우로서 잠재력이 있다는 생각에서다. 라일리를 스타로 키워 돈을 벌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동시에 마이키는 라일리에게 사랑을 느낀다. 마이키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아내 렉시 모르게 도넛 가게를 틈나는 대로 들러 라일리를 만난다. 라일리는 호감으로 응대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빠르게 진전된다.

마이키는 배덕으로 새 삶을 도모한다. 다시 LA로 돌아갈 꿈에 부푼다. 그의 지질한 언행 사이 TV뉴스를 통해 2016년 미 대선 소식이 끼어든다.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의 연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발언들이 화면에 흐른다.

③2016년 미 대선이 배경인 이유

마이키는 이웃 로니와 가까이 하며 자동차 이용 등 여러 편의를 얻는다.

마이키는 이웃 로니와 가까이 하며 자동차 이용 등 여러 편의를 얻는다.

주요 배경이 되는 텍사스시티는 지루하도록 조용한 곳이다. 사람들은 집 앞에서 일광욕을 하고 맥주를 들이키거나 TV를 보며 하루를 지낸다. 평화롭다기보다는 지리멸렬하다. 중산층 거주 지역이 있기는 하나 사람들은 대체로 가난해 보인다. 지역 공장 노동자들은 도넛 2, 3개와 커피로 점심을 때운다. 공장 불빛이 밤을 밝히거나 지역에서 활기를 찾기는 어렵다. 퇴락한 미국 제조업을 보는 듯하다.

마이키는 거들먹거리며 유려한 말솜씨로 무지렁이 같은 사람들을 속이려 한다. 그는 위선적이고 이기적이며 자아도취에 빠져 있다. 마이키가 어느 유력 정치인과 닮았는지는 명백하다. 마이키 주변인들은 바보라기보다는 순박하다. 그에게 속지 않고 속아줄 뿐이다. 영화는 잘난 척하면서도 사랑과 우정, 배려 등 삶의 진정한 가치는 정작 모르는 마이키의 면모를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뷰+포인트

‘플로리다 프로젝트’(2018)로 국내 영화팬들에게 이름을 알린 션 베이커 감독의 신작이다. 제작비가 110만 달러에 불과한 저예산영화로 인상적인 화면 구성, 배우들의 열연, 은근한 풍자가 빛난다.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만한 소시민들의 삶이 눈물과 웃음을 부른다. 신체 주요 부분 노출 등 의외로 선정적인 장면이 많이 나오니 유의해야 한다.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국내 OTT 웨이브와 티빙에서도 볼 수 있으나 2,500원을 별도로 내야 한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0%, 관객 75%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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