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열린 파운드리 포럼 통해 밝혀
3나노 첫 양산 이어 1.4나노서 추격 시작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열린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포럼.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이 포럼의 시작을 알리자, 짐 톰슨 퀄컴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칸 부디라즈 테슬라 공급망 담당 부사장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퀄컴과 테슬라는 삼성전자같은 파운드리 회사에 생산을 맡기는 대표적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들이다. 톰슨 CTO는 청중들에 자사 반도체를 소개하기 앞서, "삼성전자와 우리는 15년 파트너"라며 변함 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최 사장은 "고객의 성공이 파운드리 사업부의 존재 이유"라고 했다.
파운드리 포럼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다. 여기에 파운드리 시장의 '큰손 고객'으로 꼽히는 두 회사 임원이 등장한 것을 두고 시장에선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최강자인 대만 TSMC와의 고객 쟁탈전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메시지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2030년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노리는 삼성전자는 이날 포럼에서 TSMC를 따라잡기 위한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1.4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 분의 1m) 공정이다.
1.4나노가 파운드리 새 전장
삼성전자는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이번 포럼에서 2027년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의 1.4나노미터 공정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GAA는 반도체 게이트(스위치)가 채널(통로)의 4개 면을 모두 둘러싼 형태를 말하는데, 3개 면만을 감싼 핀펫 구조보다 전력을 더 적게 소모하면서 속도는 더 빠르다.
삼성전자가 1.4나노 공정 계획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1.4나노에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밝힘에 따라, TSMC와 삼성전자가 맞붙을 미래의 전장은 1.4나노 영역이 될 전망이다. 올해 6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GAA 기반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한 직후, TSMC는 1.4나노 공정 개발에 착수했다.
3나노 양산 4개월 만에 삼성전자가 서둘러 1.4나노 양산 계획을 밝힌 것은 TSMC에 대한 선전포고 성격이 짙다.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는 2019년 4월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등이 되겠다"고 공언했으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20% 이하에서 정체돼 있다. 점유율이 50%를 넘는 TSMC 때문이다. 결국 초미세 공정에서 앞서 나가야만 TSMC의 기존 고객들을 빼앗아 올 수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1.4나노 공정 개발 계획만 전해졌을뿐 양산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며 "반면 삼성전자가 2027년 양산을 못박은 건 그만큼 기술력은 자신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수요 탄력 대응 위해 '셸 퍼스트' 운용
그러나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도 고객사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 파운드리 사업은 고객사가 원하는 특정 사양과 품질의 반도체를 원하는 때 차질 없이 공급하는 게 관건이다. 이 때문에 충분한 생산능력(capacity)을 갖추는 게 중요한데, 삼성전자의 생산능력은 여전히 TSMC의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삼성전자는 2027년까지 선단 공정 생산 능력을 올해보다 3배 이상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반도체 제조 공간을 일컫는 클린룸을 먼저 만들어 두는 이른바 셸 퍼스트(shell first) 라인을 운영하겠다고도 했다. 대량 주문이 들어올 것에 대비해 라인을 비워두겠다는 뜻이다. 그간 TSMC, 인텔 등 경쟁 파운드리 업체들은 이런 성격의 라인을 운영해 왔으나, 삼성전자는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을 공식화했다. 통상 주문 후 라인을 만드는 데만 3년정도가 걸리는데, 셸 퍼스트 라인을 운영하면 그만큼 생산 준비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모바일 외 제품 매출 비중 절반으로"
삼성전자는 모바일 중심인 제품군을 다양화하겠다는 목표도 공개했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에서 모바일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고성능컴퓨터(HPC), 차량용 반도체(오토모티브), 5세대 이동통신(5G), 사물인터넷(IoT) 등 저전력 반도체 시장을 공략해 모바일 외 매출 비중을 2027년까지 전체의 절반으로 키우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기반 HPC 제품을 양산한 데 이어, 4나노 공정을 HPC와 오토모티브로 확대하고 △현재 양산 중인 28나노 차량용 비휘발성메모리(eNVM) 솔루션을 2024년엔 14나노로 확대할 예정이다. 더 다양한 업체들을 파운드리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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