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가 '멸공'의 횃불은 제목 '승리'로 둔갑
윤 대통령 '부대 열중쉬어' 누락 논란도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각종 실수가 속출해 망신살이 뻗쳤다.
2일 국방부는 전날 제74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 사용된 영상에 중국군 장비 이미지가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고 각 방송사에 온라인 영상 수정(편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념식에 '국군의 결의' 영상 속에 육군의 태세를 과시하는 모습과 함께 등장한 장갑차가 중국군 보병 전투차(ZSL-92)로 파악돼 온라인상에서 지적이 이어지자 뒤늦게 이를 인정한 것이다.
기념식에서 군가 ‘멸공의 횃불’이 ‘승리의 횃불’로 둔갑된 것 역시 비판을 불렀다. 1975년부터 사용된 유서 깊은 군가를 행사에서 바꿔 안내한 것이다. 참석자들은 원래 가사 ‘멸공’ 그대로 제창했지만 TV 송출 자막 등은 ‘승리’로 표기돼 의구심을 자아냈다.
윤 대통령이 연설에 앞서 장병들의 경례를 받은 후 ‘부대 열중쉬어’ 명령을 누락한 것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왔다. 국군의 날 행사에서 대통령이 기념사를 할 경우 제병지휘관이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한 후 ‘기념사’를 외친다. 대통령은 제병지휘관의 경례를 받고 ‘부대 열중쉬어’를 명령하면 제병지휘관은 도열한 장병들을 향해 ‘열중쉬어’를 구령한다. 하지만 전날 행사에서 윤 대통령은 명령을 뛰어넘었고, 이에 제병지휘관인 손식 육군 소장이 이를 대신했다.
국방부는 실수를 인정하고 해명했다. 국방부는 “동영상 속 사진은 우리 군의 장비가 아니고 동영상 제작 과정에서 잘못된 사진이 포함됐다”면서 “사전에 걸러내지 못한 점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차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행사에 사용된 동영상 제작은 대부분 외주업체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월 공개한 우리 군 핵심무기 소개 동영상 중 장거리 지대공미사일시스템(L-SAM) 부분에서 미국 미사일방어청의 시험 발사 장면을 삽입해 빈축을 산 바 있다.
‘멸공의 횃불’ 안내 변경에 대해 국방부는 “초청된 일부 외빈 및 외국군 대표를 배려해 단어를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멸공(滅共)’은 ‘공산주의 또는 공산주의자를 멸한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날 국군의 날 기념식에는 중국 및 베트남 등 공산권 국가의 무관도 참석할 수 있었다. 다만 이들의 참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의 명령 누락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별도로 ‘부대 열중쉬어’ 구령을 하지 않아도 제병지휘관은 스스로 판단해 ‘부대 열중쉬어’ 구령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부대원들이 장시간 부동자세를 유지하는 등의 불편은 일절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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