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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하자마자 '레임덕'… 위기의 총리, 리즈 트러스

입력
2022.10.02 20:40
수정
2022.10.02 23:4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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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감세안, 파운드화 폭락... 반발 거세
“찰스 3세 COP27 참석 반대”... 시대 역행
보수당 일각 “총선 전 빨리 자진사퇴시켜야”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지난달 21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7차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지난달 6일 취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지지율이 바닥을 기고 있다. 불명예 퇴진한 보리스 존슨 전임 총리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에 시달리던 시기와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국내외 경제상황에 역행하는 대규모 감세정책 강행 등 불통과 무능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권 내부에서 트러스 총리의 조기 강판론이 거론될 정도로 상황이 험악하다.

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엄(Opinium)이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트러스 총리가 ‘못하고 있다’는 응답(55%)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18%)을 압도했다. 부정 평가와 긍정 평가 격차(37%포인트)가 일주일 전(9%포인트)보다 크게 벌어졌다.

존슨 전 총리가 사퇴하기 직전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 존슨 전 총리에 대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28%포인트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트러스 총리를 향한 여론의 평가가 더 박하다는 뜻이다. 트러스 총리가 새 내각 출범에 따른 '허니문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제 전문가들의 반대에 귀 닫은 채 트러스 총리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450억 파운드(약 69조 원) 규모의 감세안 강행이 지지율을 끌어내렸다는 게 중론이다. 파운드화 가치가 역대 최저로 떨어졌고,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감세에 보수ㆍ진보 유권자가 모두 반발했다. 국제통화기금(IMF)마저 이례적으로 재고를 요구했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지난달 24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감세 정책이 영국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응답(52%)이 '도움이 된다'(19%)를 앞질렀을 정도로 여론 환경도 팍팍했다. 트러스 총리가 자신의 총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감세를 밀어붙인 것이다. 그는 대규모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해 영국 경제를 구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보수당에서도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다.

트러스 총리의 보수적인 환경 정책도 난타당하고 있다. 영국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는 찰스 3세가 다음 달 6~11일 이집트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트러스 총리가 반대해 무산됐다고 이날 전했다. 트러스 총리는 존슨 전 총리보다 탄소중립 정책에 미온적이다.

집권 보수당도 당대표인 트러스 총리를 엄호하지 않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그의 집권 초기 성과가 저조하다며 '정치적 제거'를 고려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보수당 규정에 따르면 당대표는 1년간 불신임 투표를 면제받지만, 자진 사퇴 압박을 통해 퇴진시키는 것은 가능하다. 보수당 소속의 전직 장관은 “트러스 총리를 가능한 한 빨리 제거하기 위해 진지한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래야 다음 총선(2024년 또는 2025년 초) 전에 이 끔찍한 사건을 잊을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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