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신용협동조합 재심판정 취소소송 패소
순환근무 주장에 "업무상 필요성 인정 안 돼"
내부 고발자 콕 집어 부당 전보한 정황 지적
업무상 필요 없는 순환근무를 명목으로 내부 비리 고발자인 지점장을 고객 응대 창구 담당 팀장으로 전보한 것은 부당한 인사 조치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 박정대)는 인천 계양신용협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지점장 출신 직원 A씨의 전보 인사를 부당인사로 인정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1999년 입사한 A씨는 2018년부터 지점장으로 일하다가 2020년 10월 다른 지점 여신팀장으로 전보됐다. A씨는 지점장의 지휘·감독 권한을 잃고 소속된 팀원 없이 직접 창구에서 고객 상대 여신업무를 맡았다. 지점장에게 나오는 차량유지비(월 30만 원)와 일부 수당도 받지 못하게 됐다.
A씨는 지난해 1월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해 '부당 전보' 판정을 받았다. 지방노동위는 "전보 처분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A씨에게 미치는 생활상 불이익도 크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이에 불복해 재심을 제기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가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9월 행정소송을 냈다. 사측은 법정에서 "인사 적체를 해소하려면 직위와 능력을 불문하고 모든 직원이 번갈아가며 여신과 수신 업무를 담당하는 게 불가피하다"며 "A씨 전보도 순환근무의 일환"이라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인사권을 남용한 부당 전보"라고 봤다. 재판부는 A씨와 같은 차장 직위의 다른 3명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기소돼 대기발령 대상이 될 수 있었는데도 같은 시기 지점장 자리를 보전하거나 지점장으로 새로 임명된 점을 짚었다. 재판부는 "설령 순환근무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유독 A씨에게만 지점 여신팀장으로 명할 합리적 이유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가 2008년부터 여·수신 업무를 떠나 관리업무를 담당해온 점을 들어 "오래 전 여·수신 실무 경력이 단절된 사람에게 여신 업무를 맡기는 게 효율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측은 A씨가 직원들을 상대로 무분별한 고발을 자행해 전보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 고발에 따라 이사장이 직원들에게 20억 원대 이자를 감면해준 사실이 드러났고, 실제 법원에서 업무상 배임 등으로 인정돼 이사장과 관련 직원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며 "A씨는 오히려 (회사의) 투명성 제고에 상당 부분 기여했다"고 밝혔다. 다른 직원들이 A씨에게 반감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A씨를 업무상 격리시키는 게 정당화될 수 없다는 얘기다.
A씨의 지점장 시절 소속 지점이 2018년 종합평가대상인 5개 지점 중 최하위에서 2020년 1위로 올라서는 등 탁월한 성과를 낸 점도 재판부 판단의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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