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베네수엘라 수감 미국인 9명 석방
이란에는 대가로 '제재 일부 해제' 언급돼
"한국 동결된 석유대금 반환 가능해질 수도"
미국이 적대 관계인 이란, 베네수엘라에 수감돼 있던 미국인 9명을 석방시켰다. 두 나라와 '협상 거래'를 통해서다. 베네수엘라에는 '미국에 수감된 대통령 영부인 조카 석방'을 대가로 줬다. 이란과 무엇을 주고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란과 서방 언론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의 일부 해제'를 대가로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사실이라면, 한국의 오랜 골칫거리인 이란 석유 대금 반환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
바이든, 10여 년 만 최대 규모 수감자 교환
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베네수엘라에 수감 중이던 미국인 7명이 석방됐다고 알렸다. 이 중 5명은 정유업체 시트고의 임원으로, 2017년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횡령과 돈세탁 혐의로 체포됐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조카 2명을 석방했다. 이들은 2015년 마약 밀매 혐의로 체포됐다.
이란에 구금됐던 바퀘르 나마지와 아들 시아마크 나마지도 임시 석방됐다. 둘은 미국·이란 이중국적자로, 미국을 위해 간첩 활동을 했다는 혐의를 받아 2015년과 2016년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바퀘르는 지병으로 2018년부터 이란 자택에서 형을 살았다. 이란은 바퀘르에겐 해외 치료를, 시아마크에겐 일주일의 외출을 허용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이번 맞교환은 10여 년 만에 최대 규모다. 미국은 2010년 러시아 간첩 10명과 미국 간첩 4명을 맞바꾼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당하게 억류돼 가족들과 떨어져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이들의 석방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자찬했다.
관계 개선→제재 해제로 이어질 수도
이란 언론은 미국이 나마지 부자 석방 대가로 석유 산업 제재를 일부 해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란 관영 누르뉴스는 "제재로 동결됐던 수십억 달러의 이란 자산이 곧 풀려날 것"이라고 전했다.
제재가 해제되면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의 석유 대금 반환도 가능해진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협상 내용을 아는 외교관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의 거래가 한국 은행에 동결된 70억 달러(약 10조870억 원)가 넘는 원유 수출대금 반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대금은 한국이 이란에 지급하려던 것으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강화하면서 발이 묶였다. 지난달 박진 외교부 장관과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부 장관이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회담하며 동결 자금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번 거래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포석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두 국가의 석유 산업을 제재해 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러시아를 대체할 석유 공급원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원유 매장량은 각각 세계 1위, 4위로 추정된다. 제재가 해제되면 두 국가의 석유 생산량이 늘어날 수 있다.
미 정부는 올해 3월 초에도 두 국가와 접촉했지만 당시엔 "민주주의를 훼손한 국가와 협상한다"는 내부 비판을 받아 제재 관련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미국인 석방으로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면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를 해제할 정치적 공간이 마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