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9명 숨지고 260만 가구 정전 놓여
현지 시의원 "섬의 90%가 사라졌다"
이언 상륙할 사우스캐롤라이나 긴장
WP "역대급 허리케인 기후변화 탓"
초강력 허리케인 이언이 29일(현지시간)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주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최소 19명이 숨지고 주 전체 인구의 4분의 1은 어둠 속에 놓였다. 역대급 허리케인은 일단 대서양으로 빠져나갔지만 이번에는 인근 사우스캐롤라이나주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면서 현지 주민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플로리다 서부 해안 포트마이어스 인근 섬에 상륙했던 허리케인 이언은 29일 대서양으로 이동해 북진하고 있다. 일단은 열대 폭풍 수준으로 약해졌지만 30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상륙하기 전 바다에서 다시 허리케인급으로 몸집을 불릴 전망이다.
이언이 빠져나간 플로리다주 곳곳에서는 뒤늦게 피해 규모가 확인되고 있다. 현재까지 CNN이 집계한 사망자 수는 최소 19명이지만, 아직 수습 작업이 진행 중인 만큼 실제 사상자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주 전체 인구의 약 25%에 해당하는 260만여 가구는 정전 피해를 겪었다.
특히 휴양지로 유명한 포트마이어스 지역은 처참한 상태다. 현지 매체 영상을 보면 허리케인이 할퀴고 간 도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뜯겨 나갔고 건물은 종잇장처럼 구겨져 내렸다. 거리에는 쓰러진 가로수와 전복된 트레일러, 버려진 자동차가 쓰레기와 함께 뒤덮여있다. 현지 주민 해리 롱(96)은 뉴욕타임스에 “빗물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며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면서 침대가 둥둥 뜨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
댄 앨러스 포트마이어스 비치타운 시의원은 CNN에 “해변에 있는 거의 모든 집은 무너져 내렸고 섬의 90%가 사라졌다”며 “많은 주민들이 폭풍 속에서 고지대에 오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방 재난관리청(FEMA)을 찾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허리케인이 될 것”이라며 연방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복구 지원을 약속했다.
이언의 위협은 끝이 아니다. 일단 대서양으로 빠져나갔지만, 1등급 허리케인으로 세력을 키운 뒤 미국 본토를 위협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이언이 목숨을 위협하는 홍수와 해일, 강풍과 함께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해당 지역에는 비상이 걸렸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선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저지대 주민들에게 이동을 권고하는 등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역대급 허리케인 발생은 기후변화 탓이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17년 이후 전례 없이 많은 초강력 허리케인이 미국을 강타하고 있다”며 “기후 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이언처럼 천천히 움직이는 허리케인은 수온이 높아진 바다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게 된다. 일반적으로 허리케인이 발생해 지속되려면 바닷물 온도가 섭씨 26.1도 이상 돼야 하는데, 온실 가스로 바다 수온이 빠르게 높아져 왔고 이언이 쿠바를 지나서 만난 바다 표면 온도는 섭씨 30도에 육박했다고 WP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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