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점수조작으로 합격한 대구은행 직원
"입사 때 부정 합격자 취소 규정 없었다" 소송
채용청탁에 직접 관여 안 한 점도 받아들여져
1심 법원서 승소...재판부 "복직까지 임금 줘야"
채용과정에서 뒤늦게 청탁비리와 점수조작이 드러나 해고된 DGB대구은행 직원이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입사 때 사내 인사규정에 부정합격자 면직 조항이 없었다"며 부당해고를 주장한 직원의 손을 법원이 들어준 것이다.
대구지법 제14민사부(부장 서범준)는 부정 입행에 따른 면직과 징계면직, 채용취소 결정 등을 받아 해고된 A씨가 대구은행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또 "복직 때까지 대구은행은 A씨에게 매달 370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했다.
A씨는 지난 2017년 3월 진행된 대구은행 7급 신입행원 모집에 합격해 예금계 등에서 근무했다. 하지만 채용절차 당시 청탁을 받은 심사위원들이 A씨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지난해 4월 해고됐다.
청탁채용 정황은 A씨를 포함해 지원자 6명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킨 혐의로 2019년 10월 징역형이 확정된 전직 대구은행 은행장 재판 과정에서 확인됐다. A씨는 80점 만점인 1차 서류전형 정량평가에서 36.13점으로 커트라인(51.33점)에 못 미쳐 탈락 대상이었다. 하지만 은행장 등 심사위원들은 1차 전형에서 정성평가 가점에 20점 만점을 받으면 2차 필기전형을 통과하는 규정에 따라, A씨를 비롯해 6명 지원자의 정성평가 가점을 20점으로 조작해 합격시켰다. 당시 채용에는 1,544명이 응시해 30명을 최종 선발했다. A씨는 5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구은행에 취업했다.
하지만 채용비리에 가담한 임직원들의 유죄가 확정되자, 대구은행은 지난해 4월 인사위원회를 열고 A씨를 해고했다. 대구은행은 내부 인사지침 제3장에 있는 ‘부정한 채용청탁을 통해 합격된 사실이 확인된 경우 해당 합격자의 채용을 취소 또는 면직할 수 있다’는 조항을 해고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자 A씨는 “회사가 해고 근거로 내세운 인사규정은 채용절차가 끝나고 근로계약서를 쓴 2017년 7월 이후 신설됐다"며 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냈다. 실제로 대구은행 인사지침상 부정합격자 면직 조항은 2020년 3월 31일 신설됐다.
재판에서 대구은행 측은 "근로자 면직에 대해서는 행위시법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취업규칙이 이미 종결된 과거의 사실관계를 소급해 평가하는 경우 신뢰보호원칙의 침해 문제를 발생시킨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원고를 은행에 채용시키려는 채용청탁이 은행 임직원들 사이에 있었을 뿐 원고가 직접 관여했다든가 이에 준하는 사유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이 사건 각 처분에 따른 해고처분은 근거규정 없이 이뤄졌거나, 해고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것으로 위법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항소 여부와 관련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이날 "법무법인과 논의해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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