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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견 가정 됐더니 '산책 지옥'이 열렸다!

입력
2022.10.01 14:0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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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찾는 믹스견 '가람이'(위쪽)를 입양전제 임시보호하면서 '가락이'와 함께 두 마리를 키우는 다견 가정이 됐다. 고은경 기자

가족을 찾는 믹스견 '가람이'(위쪽)를 입양전제 임시보호하면서 '가락이'와 함께 두 마리를 키우는 다견 가정이 됐다. 고은경 기자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나온 가수 크러쉬 편을 봤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 유기견 '로즈'를 입양하면서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는 내용이었다. 밥도 각자의 켄넬(이동형 개집)에서 따로 주고, 산책도 각각 시켰다. 밥을 줄 때 싸울 수 있으니 각자 편한 자리에서 먹도록 하고, 둘을 함께 산책시키면 통제가 어려워 한 마리씩 집중한다고 했다. 크러쉬는 "반려견 입양 후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하루에 네 번 산책을 나간다. 산책 지옥에 빠졌다"고 전했다.

방송을 보고 난 뒤 남 얘기 같지 않았다. 주변에서 크러쉬의 반려동물 이야기를 전해준 건 한 달 전 동물보호단체 개 한 마리를 임시보호하면서 현재 두 마리를 키우고 있어서다. 임보(임시보호)견 '가람이'(12세 추정)와의 인연은 8년 전에 시작됐다.

2014년 9월 추석 연휴 기간 부산 북구에서 떠돌아다니던 갈색털의 개를 발견하고 구청에 신고했다. 현장에 온 직원이 개를 포획하기 어렵다고 해 1시간에 걸쳐 쫓아다니며 어렵게 케이지에 넣어 줬다. 구조 장소인 가람중학교 이름을 따 개를 가람이라고 불렀다.

가수 크러쉬는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나와 유기견 '로즈'를 입양하면서 산책 지옥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MBC 캡처

가수 크러쉬는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나와 유기견 '로즈'를 입양하면서 산책 지옥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MBC 캡처

보호자와 입양자를 찾는 열흘의 공고기간 동안 가람이를 찾는 이는 없었다. 부산 소재 가락보호소에서 가람이를 포함, 가람이 공고 옆에 있던 강아지까지 얼떨결에 데리고 나왔다. 둘 다 안락사를 당할 위기였다. 흰색 털의 강아지는 파보장염 등에 걸려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라 동물병원에, 가람이는 다행히 맡아 준다는 민간 동물단체 보호소로 보냈다. 한 달에 걸쳐 생사위기를 넘긴 강아지가 지금 함께 살고 있는 '가락이'다.

그동안 가람이 입양홍보도 하고 때 되면 찾아가 보기도 했지만 가족을 만나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다. 8년이 지나는 사이 가람이는 이빨이 빠지고 목 디스크 질환이 생겼다. 올해 추석 연휴를 활용하지 못하면 또 해를 넘길 것 같아 '집밥이라도 먹이자'는 생각에 가람이를 데려오기로 결정했다.

가람이(오른쪽) 입양전제 임시보호를 결정하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은 기존에 기르던 가락이와의 관계였다. 고은경 기자

가람이(오른쪽) 입양전제 임시보호를 결정하면서 가장 신경 쓰였던 부분은 기존에 기르던 가락이와의 관계였다. 고은경 기자

제일 큰 걱정은 가락이와 가람이가 잘 지낼 수 있을지였다. 일단 만나 보게 하기 전까진 반응을 알 수가 없어 보호단체와 상의 후 입양이 아닌 입양전제 임시보호를 하기로 했다. 개를 19년 동안 키웠지만 두 마리를 키우는 건 완전 다른 문제였다. 가람이는 가정에서 처음 지내서인지 사람이 집을 비우면 쥐어짜는 소리로 하울링(개들이 늑대처럼 목을 쳐들고 울부짖는 것)을 하는 등 분리불안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가람이는 또 가락이가 가까이 다가오면 낮게 으르렁거리며 경계하거나 짖으며 위협했다.

가람이 입양 공고(왼쪽)와 임보 중인 모습. 동물자유연대, 고은경 기자

가람이 입양 공고(왼쪽)와 임보 중인 모습. 동물자유연대, 고은경 기자

주변에 자문을 구하자 밥, 간식, 산책 등 '자원'을 풍부하게 해주고 적응할 시간을 주라는 답이 돌아왔다. 또 기다리면 사람이 돌아온다, 자기 순번이 온다는 걸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다. 처음에는 새벽부터 한 마리당 두 번씩 하루에 네 번 산책을 나갔다. 걷는 속도도 다르고 각각에게 독립된 시간을 주는 게 좋다고 해서다. 지금은 하루 두 번 나가는 것으로 타협을 봤지만 나갈 때마다 간식을 숨기는 장난감인 '노즈워크'를 대령해야 하는 등 여전히 어렵다. 둘은 지금도 서로 적응 중이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고 하지만 생명을 책임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 느꼈다. 물론 펫숍이나 온라인에서 사는 것보다 유기견 입양이나 임보를 권한다. 하지만 준비 없이 데려와서는 안 된다. 삶의 패턴까지 바꿀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고은경 애니로그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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