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SE 러셀 "관찰대상국 등재"… 추경호 "환영"
"50조~60조 원 외국인 투자 유입… 금리도 하락"
한국이 이르면 내년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가능성이 생겼다. 등급 상승이 가능한 관찰대상국으로 이름을 올리면서다. 최근 원홧값과 동반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원화 채권 신뢰도에 반전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WGBI를 관리하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 자회사 FTSE러셀이 전날(현지시간) 발표한 2022년 9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한국을 잠재적으로 시장 접근성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한국이 레벨 2 상향을 위한 관찰대상국에 등재된 것은 FTSE가 2019년 3월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한국의 시장 접근성을 레벨 1로 평가한 뒤 처음이다.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는 매년 3, 9월 두 차례 발표되는데, FTSE 러셀은 이 분류 체계를 토대로 WGBI를 운용한다.
FTSE 러셀은 “관찰대상국 등재는 한국 당국이 시장 구조와 한국 자본시장 접근성 개선을 위해 제안한 여러 이니셔티브를 발표한 데 따른 것”이라며 “시장 접근성 수준 개선 여부를 평가할 수 있도록 제안된 개혁이 이행됐는지 시장 참여자들로부터 피드백을 수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ㆍ영국ㆍ일본ㆍ중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된 WGBI는 ‘블룸버그-버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와 ‘JP모건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꼽힌다. WGBI의 추종 자금은 약 2조5,000억 달러로 추산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국 가운데 현재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인도뿐이다.
FTSE는 정책상 변화에 따른 시장 접근성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고 관찰대상국 목록을 조정한다. 이후 6개월 이상 검토를 거쳐 매년 3월과 9월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의 경우 내년 9월이면 최종 편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뜻이다.
편입은 잔존 만기가 최소 1년 이상인 국채를 대상으로 시가총액에 비례해 매달 말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을 새롭게 산출하는 방식으로 통상 이뤄지는데, 최초 편입국의 경우 통상 6개월~1년에 걸쳐 편입 비중을 확대한다. WGBI 편입 시 한국의 최종 편입 비중은 2.0~2.5%(편입 국가 중 9위) 수준이 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WGBI를 추종하는 기관은 이 비중을 벤치마크로 우리나라 국채에 투자하게 된다.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자금이 국채시장에 유입되고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지금껏 상대적으로 낮은 국채의 위상 때문에 원화 채권에 대한 디스카운트(저평가)가 발생해 금리가 비교적 높았지만 WGBI에 가입하면 채권 발행 금리가 낮아지고 외화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는 등 효과가 예상된다. 2020년 금융연구원은 한국이 WGBI에 편입되면 50조~60조 원에 달하는 외국인 국채 투자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고채 금리 하락으로 절감되는 이자 비용은 연간 5,000억~1조1,000억 원이 될 것으로 기재부는 추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등재 결정에 대해 곧바로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그는 “이번 등재로 한국 국채시장이 선진 채권시장 중 하나로 인정받고 원화 채권 디스카운트 해소와 국채시장 선진화도 이룰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며 “한국 정부는 앞으로도 글로벌 투자자가 한국 국채시장에 쉽고 빠르게 접근해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참가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관계 부처 및 기관과 함께 국채시장의 선진화와 안정적 관리, 투자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 내년에 있을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 검토에서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될 수 있도록 FTSE러셀과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다.
이번 WGBI 편입은 문재인 정부 후반기부터 추진돼 왔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정부가 WGBI 편입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최종 편입은 무산됐다. 정부는 편입을 위해 올해 세법 개정에서 외국인(비거주자)이나 외국 법인이 한국 국채에서 지급받는 이자ㆍ양도소득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WGBI 편입 국가 대부분이 외국인 국채 이자소득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한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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