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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질긴 고리 끊으려면... '자활 지원'이 답이다

입력
2022.09.30 01: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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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탈출구 없는 그녀들의 인생
집결지 속속 문 닫아... "물리적 폐쇄 한계"
대구 등 자활 지원 효과, 여성들 새 일 찾아
성매매 사회적 인식 걸림돌... 조례 저항 커
性착취 공간 제공 건물주·지주 제재도 병행

편집자주

밤이 되면 홍등(紅燈)을 환히 밝힌 채 욕망을 자극했던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 영등포 수도골목. 재개발 열풍이 불어닥친 이곳도 몇 년 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수십 년간 유지된 ‘성매매 온상’ 꼬리표는 사실 국가가 방조한 것이었다. 국가는 집결지 땅 일부를 제공했고, 불법에 눈감은 사이 업주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 앞에 한 중년 여성이 나와 앉아 있다. 쪽방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과 손님을 알선해주고 소개료를 받는 사람이다. 서재훈 기자

2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쪽방촌으로 통하는 좁은 골목 앞에 한 중년 여성이 나와 앉아 있다. 쪽방에서 일하는 성매매 여성과 손님을 알선해주고 소개료를 받는 사람이다. 서재훈 기자

‘집창촌’으로 불리던 전국의 성(性)매매 집결지들이 사라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04년 35곳에 달했던 집결지는 지난해 15곳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2004년 ‘성매매 특별법’ 제정 후 촘촘해진 감시의 눈과 개발 논리가 합쳐진 결과다. 하지만 집결지 폐쇄는 지주와 포주의 돈잔치로 끝나기 일쑤다. 성매매의 질긴 고리를 끊는 방향은 두 갈래다. 성매매 여성들의 정상적 사회 복귀를 돕는 자활 지원과 응당한 처벌이다.

선미촌·자갈마당의 변화... 자활 조례 시급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범 사례는 있다. 일찌감치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지원’ 조례를 제정한 전북 전주시와 대구다. 전주는 2017년 전북 지역 최대 성매매 집결지 ‘선미촌’의 문을 닫았다. 이후 4년간 성매매 종사자들의 자활을 꾸준히 지원했더니 88명이나 됐던 종업원 숫자는 지난해 폐쇄 직전 10명까지 감소했다. 성매매를 그만둔 이들은 취업ㆍ창업에 성공하며 ‘제2의 인생’을 개척했다.

대구도 2016년부터 3년 동안 ‘자갈마당’ 성매매 여성 90명의 자활을 도왔고, 현재 58명이 다른 일을 찾았다. 성매매 집결지 문제를 연구해온 김희식 서울시립대 도시사회연구센터 연구원은 29일 “물리적 철거만으로는 성매매 여성들이 다른 집결지로 옮겨가거나 변종 성매매에 발을 담그는, ‘풍선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며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해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지방자치단체들이 보듬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7월 기준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규모. 그래픽=신동준 기자

올해 7월 기준 영등포 성매매 집결지 규모. 그래픽=신동준 기자

전주와 대구 집결지만 봐도 자활은 긴 안목을 갖고 추진돼야 한다. 걸림돌은 성매매 여성을 대하는 사회적 인식이다. 영등포 집결지에도 자활 지원에 필요한 기반은 마련돼 있다. 서울시의회는 2020년 12월 성매매 피해여성의 주거지 이전과 직업훈련 등을 지원하는 개정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영등포구도 2019년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3년간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했다. 해당 조례에 예산이 책정된 적조차 없다.

여성이 스스로 성폭력 피해자임을 입증하지 않는 이상 왜 세금을 투입해야 하느냐는 반대 여론이 발목을 잡았다. 서울시 조례 제정에 참여했던 이준형 전 시의원은 “재개발로 쫓겨날 집결지 여성의 탈업을 위해 2년간 숙소 및 직업훈련을 제공하자는 안이 시의회 보건복지위원들의 저항에 가로막혔다”면서 “성매매는 자발적 행위인데 지원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범죄 수익·개발 이익도 환수해야

상공에서 내려다본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인근 성매매 집결지 전경. 구글맵 캡처

상공에서 내려다본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인근 성매매 집결지 전경. 구글맵 캡처

성 착취 공간을 제공한 건물주ㆍ토지주를 엄벌하는 절차도 병행돼야 한다. 불법 성매매 영업으로 돈을 벌고, 재개발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까지 누리는 행태를 계속 묵인할 경우 성매매 시장으로 흘러들 기회만 엿보는 자본을 딱히 차단하기 어렵다.

방법은 성매매 ‘부당이득금 몰수ㆍ추징’과 ‘집결지 개발이익 환수’, 크게 두 가지다. 부당이득금 몰수ㆍ추징은 지자체와 수사기관의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가능하다. 이미 ‘업주가 성매매로 벌어들인 재산을 몰수ㆍ추징할 수 있다’고 명시한 법령(성매매특별법ㆍ범죄수익은닉규제법)도 구비돼 있다.

실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해 3월 수원역 일대 집결지 업소 9곳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영업 장부 등을 근거로 범죄수익금을 62억 원으로 산정한 뒤 ‘기소 전 추징보전'을 신청해 법원에서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당시 이를 ‘경찰이 불법 성매매를 엄단하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집결지 일부 지주(地主)들이 스스로 영업장을 폐쇄하는 부수 효과도 거뒀다.

개발이익 환수는 다소 갈 길이 멀다. 국회에서 별도의 특별법을 만들거나 기존 개발이익환수법을 개정해야 가능하다. 설령 개정법이 발의돼도 이해관계자들이 재산권 침해 논리를 내세울 게 뻔해 입법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 위한 전국연대 공동대표는 “특별법이든 법 개정이든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일부라도 반드시 성매매 종사자 자활에 쓰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광현 기자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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