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추정 치아 10개·단추 4개 발견
150구 암매장 추정지 시굴 하루 만
진실화해위 "피해자 나이 등 확인 예정"
일제강점기에 설립돼 1980년대 폐쇄될 때까지 부랑아 갱생과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각종 인권유린이 자행됐던 ‘선감학원’ 터 인근 암매장지에서 발굴이 시작된 지 하루 만에 피해자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
2기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27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감도의 유해 매장지에서 치아 10여개와 단추 4개를 발견했다고 28일 밝혔다. 치아 특징으로 비춰볼 때 유해의 연령대는 10대로 추정되며, 단추는 피해자의 옷에서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진실화해위의 설명이다. 진실화해위는 발굴된 치아 등을 통해 피해자의 나이와 사망 시점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일제는 1942년 부랑아 교화를 목적으로 선감도(仙甘島) 전체를 사들여 선감학원을 세웠다. 갱생과 교육은 허울뿐이었고, 원생들은 폭력과 굶주림 속에서 염전과 농사, 축산, 양잠 등의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해방 이후 1946년 경기도로 관할권이 이관됐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1982년 폐쇄될 때까지 인권유린은 계속됐다. 40년의 운영 기간 동안 최소 4,600여명의 아이들이 국가폭력의 희생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5월부터 진상 규명에 착수한 진실화해위는 지난 26일 선감학원 원생 150여구의 시신이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매장지에서 개토제(開土祭)를 열고 시범 발굴(시굴)에 착수했다. 국가 기관이 직접 유해 발굴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곳은 2020년 12월 진실화해위에 진상 규명을 신청한 피해 생존자 190여명 중 다수가 암매장지로 지목한 장소다. 2016년에는 이곳에서 나무뿌리에 엉켜 있는 아동 유골과 작은 고무신 한 켤레가 발견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 측은 구타와 영양실조로 숨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다가 바다에 빠져 사망한 아동들이 이곳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선감학원 피해자 안영화(73)씨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탈출을 시도한 친구 한 명을 제가 직접 묻었다. (선감학원에서) 도망가려면 물을 건너서 헤엄을 쳐야 하는데 그걸 이기지 못하고 죽어서 떠밀려 온 것”이라고 증언했다. 안씨는 그러면서 “장례도 없었다. 그냥 거적때기에 싸서 묻었다. 내가 있을 때만 네다섯명이 죽었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13세이던 1965년 길을 가다 다짜고짜 잡아채는 손길에 끌려가 선감학원에서 3년 간 생활했다고 한다.
시굴은 오는 3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결과는 다음달 발표될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문에 반영된다. 현장에서 암매장된 유해가 확인될 경우 진실화해위는 국가와 경기도 측에 전면적인 유해 발굴을 권고할 계획이다. 현재 진실화해위가 시굴하고 있는 대상지는 900㎡ 규모로, 전체 매장 추정치의 10%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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