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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과 정신병은 다른 건가요?

입력
2022.09.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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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정신병, 정신질환, 정신장애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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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사용하는 정신병이라는 용어는 현재 정신의학계에서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대중이 사용하는 정신병이라는 용어는 현재 정신의학계에서는 사용하고 있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

2020년 국가정신건강현황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만 15세 이상의 인구 10만 명 가운데 F코드(정신질환 질병코드)로 진료를 받은 이들은 4,486명이라고 합니다. 치매(F00-F03)를 제외하고 말이죠. F코드에는 강박장애(F42), 양극성 정동장애(F313) 등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이 더는 우리와 먼 얘기라고 볼 수 없는 건데요. 오늘은 이런 가운데 우리가 자주 헷갈리는 용어 '정신병', '정신질환', '정신장애'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흔히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정신병(psychosis)'이라는 표현은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 대부분을 얘기할 때 등장하곤 하는데요. 하지만 이 표현은 사실 전문적인 의학 용어는 아니에요. 의학계에서는 대개 '정신병적 장애(psychotic disorder)' 혹은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질환'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이상행동 증상을 보이는 중증 정신질환을 지칭합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환청, 환시 등과 같은 환각 △근거 없이 확신하는 잘못된 믿음인 망상 △무질서한 사고나 행동 등이 있죠.

이런 정신질환에는 △조현병 △조현정동장애 △조현양상장애 △망상장애 △단기 정신병적 장애 △기타 정신병적 장애 △정신병적 양산 동반한 주요우울장애 △정신병적 양상 동반한 양극성장애 △조현형 인격장애 △물질유발성 정신병적 장애 등이 있고요.

'정신질환(mental illness)'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다루는 질환 전체를 의미합니다. 가장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죠. 질병의 개념을 강조하며, 신경증적(neurotic)인 것과 정신병적(phychotic)인 것을 모두 포함하는데요. 정신병적 장애인 조현병은 물론, 단순 적응장애나 주요우울장애(우울증)까지 전부 정신질환에 속합니다.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을 통해 법적 의미에서 '정신질환자'는 '정신질환으로 독립적 일상생활을 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축소됐습니다. 이전에는 질환의 경중과 상관없이 모든 환자를 정신질환자로 정의했으나, 법 개정 이후에는 현실검증력이 손상된 심한 정도를 지칭할 때만 쓰는 표현으로 제한된 건데요. 이를 통해 우울장애 등 경증 환자도 이·미용사, 언어재활사, 화장품제조판매업 등의 자격을 취득하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됐죠. 따라서 정신질환이라는 용어에 대한 법적 의미와 의학적 의미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정신장애(mental disorder)'는 생각 느낌 행동이 병리학적으로 특징되는 장애를 뜻합니다. 정신질환과 달리 질병 증상의 진행 외에도 질병으로 인한 사회적 기능이 붕괴되는 일까지 포함합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법에 속한 정신장애인 인정기준은 △조현병 △양극성 정동장애 △재발성 우울장애 △조현정동장애에 최근 △강박장애 △뇌의 신경학적 손상으로 인한 기질성 정신장애 △투렛장애 △기면증이 있습니다.

우리는 때로 어떤 행동의 심각성을 묘사하면서 '정신병자 같은 행동', '정신병적 범행' 등의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요. 서울시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4월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을 통해 "'정신병자'라는 용어 등은 '정신건강에 어려움이 있는' 혹은 '~로 진단받은'으로 순화하라"고 권고한 바 있습니다. 터무니없거나 잘못된 어떤 행동들을 무턱대고 정신질환에 빗대지 말라는 취지가 담겼죠.

사소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정확한 용어를 가려 사용할 때 비로소 △정신질환은 예방과 치료가 가능하다는 메시지가 널리 알려질 수 있고, △정신질환에 대해 무작정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중립적인 정보가 전달될 수 있답니다.

※ 참고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국가법령정보센터

-정신질환 보도 가이드라인 1.0

평범한 이웃들의 비범한 고민, 일상을 지키는 마음 돌봄 이야기를 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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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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