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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IRA, 오히려 한국에 이익...분노 말고 큰 그림 봐야"

입력
2022.09.2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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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 데이비스 서울지국장 칼럼
현대차 당장 손해지만 한국 배터리 업계 큰 이득
미국·유럽 완성차 업체도 IRA 혜택 받기 까다로워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5월 22일 당시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후 연설을 마친 뒤 정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5월 22일 당시 방한 숙소인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면담 후 연설을 마친 뒤 정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한국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분노하는 한국 정치권의 시각이 단견이라는 지적이 영국 언론에서 나왔다. 멀리 내다보면 오히려 한국 산업과 국익에 득이 될 수 있는데, 당장의 불이익만 보며 큰 그림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의 크리스찬 데이비스 서울지국장은 ‘바이든의 혁신은 한국에 큰 이익을 줄 것’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선 그는 현대자동차가 미국 조지아주(州) 공장이 2025년 생산을 시작할 때까지 IRA 입법으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을 인정했다. IRA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원자재의 북미산 비율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 관점에서 한국 산업이 IRA로 얻게 될 이득이 더 크다고 데이비스 지국장은 지적했다. 그는 현대차라는 단일 회사가 받는 단기적인 손해는 한국 산업계 전체가 받는 이익에 비하면 하찮은 것이라는 전문가 의견도 인용했다.

실제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한국 배터리 제조업체들은 IRA 혜택을 톡톡히 볼 것으로 전망된다. IRA 혜택을 받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를 구하려 할 때, 미국에 제조시설을 보유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중국 제조업체를 누르고 시장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는 얘기다.

현재 SK온은 포드자동차와 손잡고 미국에 3개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미국에 세 번째 배터리 공장 설립 투자를 발표했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 PSA그룹이 합병한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생산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삼성SDI 등도 수혜 대상으로 거론된다.

아울러 IRA 입법이 현대차에만 피해를 줄 것인지도 불확실하다고 데이비스 지국장은 지적했다. IRA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충족해야 할 요건이 많기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의 자동차 업체들조차 무조건 혜택을 받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한국은 특정 기업이 받는 단기 영향에 소란을 피우기보다는, 전체 산업의 장기 이익 관점에서 IRA를 바라보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데이비스 지국장은 충고했다. 그는 오히려 웬디 커틀러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IRA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할 것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을 두고, "한국이 슬퍼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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