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대구 중앙로서 대구퀴어문화축제
축제 조직위는 도심 퍼레이드 예정
학부모연합, 동성로서 동성애 반대 맞불 집회
인천도 다음달 15일 퀴어축제 앞두고 갈등 고조
보수의 성지로 꼽히는 대구에서 다음 달 1일 퀴어축제가 열린다. 하지만 이를 두고 기독교 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이 대규모 맞불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충돌이 우려된다. 특히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멈춰 섰던 성 소수자 인권 강화 촉구 움직임이 전국적으로 재개되는 분위기라, 기독교 등 종교단체 중심의 맞불 집회도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 등에 따르면 다음 달 1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구 중구 중앙로대중교통지구에서 성 소수자와 인권단체 회원 등 3,000여 명이 참여하는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열린다. 이날 행사장에는 주요국 외교사절과 전국 성 소수자 단체 대표들의 지지발언이 예정돼 있다. 지난 7월 서울에서 열린 퀴어축제에서는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를 비롯한 12개국 대사 또는 대사 대리가 지지 발언을 했다.
조직위 측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이전보다 참가 인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장은 "이 축제는 성 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 분위기는 2주 뒤에 열리는 인천 퀴어축제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퀴어축제에 반대하는 종교단체 등은 퀴어행사 당일 맞불 행사를 예고했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등이 포함된 대구경북다음세대지키기학부모연합은 다음 달 1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퀴어축제 행사장과 직선거리로 160m 떨어진 동성로 야외무대 일대에서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동성로가족사랑콘서트'를 연다. 김성미 대구경북다음세대지키기학부모연합 대표는 "퀴어축제를 그대로 두면 동성애를 포용하는 것으로 비쳐 반대 집회를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측의 충돌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찰도 초비상이다. 경찰은 일단 양측 간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두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분리시킬 계획이다. 대구시도 축제 중 중앙로대중교통지구를 통과하는 14개 버스노선을 우회토록 했다. 중구는 현장에서 법규 위반사항이 없는지 집중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중립적 입장이다. 지방선거 전인 5월 온라인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대구퀴어문화축제 막아주세요"라는 글에 "행정력으로 막을 수 있다면"이라는 답글을 남겼지만, 시장 취임 후인 지난 7월에는 "집회는 경찰신고 사항"이라며 "시장은 시설 사용 허가권만 있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다음 달 15일 인천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를 두고도 찬반 단체들이 옥신각신 중이다. 인천퀴어집회반대연합위원회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퀴어축제 개최를 비판했고, 인천시가 시민 의견을 듣기 위해 홈페이지에 설치한 '온라인 열린시장실'도 퀴어축제 반대글로 도배되고 있다. 인천퀴어문화축제는 2018년 처음 개최됐는데, 당시 기독교단체 등과 물리적 충돌을 빚으면서 한 차례 무산되는 등 제대로 열리지 못했다. 이듬해 제2회 때는 축제장 인근에서 반대 집회가 열렸으나 큰 마찰은 없었다.
퀴어축제는 지난 2000년 서울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어 2009년 대구, 2017년 제주와 부산, 2018년 인천과 전주, 광주, 2019년에는 경남에서도 행사의 깃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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