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새 주인
매각 대금 즉각 투입으로 인수 부담 낮춰
산은 "기업가치 하락, 민간 주인이 근본 해결책
정상화 땐 공적 자금도 상당 부분 회수 가능"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한화그룹에 1대 주주 자리를 물려주기로 했다. 산은이 대우조선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2조 원을 베팅한 한화그룹에 우선협상권을 부여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한화그룹이 대주주가 돼 대우조선의 경영권을 차지하게 될 경우, 산은은 그간 4조 원 이상 투입한 공적 자금 회수도 상당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화그룹, 신주 배정 방식으로 '새 주인' 등극
26일 산은이 밝힌 대우조선 매각 방식은 한화그룹이 2조 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의 대주주가 되는 방안이다. 이를 위해 대우조선과 한화 양측은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했다. 실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이날 대우조선 주식을 각각 1조 원, 5,000억 원 규모를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로 인해 대우조선의 지분은 한화그룹이 49.3%로 1대 주주가 된다. 산은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55.7%의 지분이 28.2%로 줄어 2대 주주로 밀려난다. 한화그룹 입장에서는 인수 대금 2조 원만 투입하고, 대우조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투자금 지출을 피할 수 있는 구조다. ‘승자의 저주’를 피할 수 있는 묘수를 찾은 셈이다. 2008년 대우조선 매각 협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가 제시한 당시 인수 금액은 6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채권단으로서 기존 금융지원 방안도 연장할 계획이다. 산은은 거래가 종결된 날로부터 5년간 기존 대출의 만기를 연장해주고 △RG(선수금 환급 보증) △LC(수입 신용장) △크레딧라인(마이너스 통장) 등 약정한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주기로 했다. 수은은 2조3,000억 원에 대한 영구채 이자율을 현행 연 1%에서 단계적으로 조정하고, 미지급 이자(1,191억 원)에 대해선 주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헐값 매각·특혜 시비엔..."누구에게나 열린 경쟁입찰"
경영권 매각 가격이 2조 원에 그치고 채권단의 지원까지 이어지면서 헐값 매각과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산은과 수은 등 채권단은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가 불거진 2015년 4조2,000억 원을 지원했고 2017년에는 2조9,000억원의 한도여신(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제공했다. 넓게 보면 대우조선에 그간 투입된 공적자금이 12조 원 안팎이라는 지적도 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이에 대해 “대우조선의 경영컨설팅 결과, 현재 경쟁력 수준과 시장 환경에서는 자력에 의한 정상화 가능성이 낮다”며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역량 있는 '민간 주인 찾기'가 근본 해결책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21년간 산은이 대우조선 대주주로 있었고 2015년 부실화 이후에는 7년 가까이 대우조선은 산은의 품에 있었다"며 "그간 기업가치는 속절없이 하락했고 작년 1조7,000억 원, 올해 상반기 6,000억 원의 손실을 낼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우조선 매각은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거래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인수 의향이 있을 경우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공적 자금 회수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민간 주인이 들어설 경우 연구ㆍ개발 투자와 경영효율화 등이 뒤따르고, 이에 따른 수익구조 개선으로 배당 수익이나 주가 부양이 예상된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향후 (경영 정상화로) 대우조선해양 여신이 정상 여신으로 분류가 되면 1조6,000억 원의 대손충당금이 이익으로 전환된다"며 "(민간 대주주의 경영 정상화 등으로)현재 2만 원대에 머물러 있는 대우조선의 주가가 상승할 경우엔 우리가 투입한 금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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