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배우'도, 정유사 회장도 종업원 강제추행
고급 유흥업소 긴자 클럽의 실상 드러나
“‘클럽 OO’의 고객은 대부분 품위 있고 지식을 갖춘 분들로, 아름다운 여성과 대화를 즐기기 위해서 클럽을 찾습니다. 여성이 원치 않는 행위를 하는 분은 이용할 수 없습니다.”
일본 도쿄의 번화가 긴자에 있는 한 클럽이 올려놓은 안내문이다. 긴자의 고급 클럽은 유흥업소지만 여성 종업원도 정·관계나 재계 고위인사와 대화할 수 있도록 평소 신문이나 책을 많이 읽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님도 대화 상대인 여성 종업원을 존중한다고 한다.
하지만 클럽의 이런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건이 최근 잇따라 발생했다. 유명 배우와 대기업 회장이 클럽 종업원을 강제 추행한 사실이 슈칸신초(週刊新潮)에 의해 잇따라 폭로된 것이다. 값비싼 고급 클럽을 이용할 수 있는 유력 인사들의 비뚤어진 인식과 이런 손님으로부터 종업원을 보호하지 않는 클럽의 실상이 드러난 셈이다.
지난 22일 슈칸신초 최신호는 일본 최대 정유회사 ENEOS홀딩스의 스기모리 쓰토무 전 회장이 지난달 갑자기 사임한 진짜 이유가 클럽 종업원에 대한 성추행이었다고 보도했다.
올해 7월 오키나와현 나하시의 고급 클럽을 방문한 스기모리 회장은 “긴자 클럽에서는 이런 건 보통”이라며 종업원이 완강히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성추행하고 상의를 벗겼다. 여성은 저항하다가 갈비뼈가 골절되기까지 했다. ENEOS 측은 “스기모리 본인이 성 가해를 인정했다”며 “인권 존중과 철저한 컴플라이언스(준법 감시)를 경영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데도 전 회장이 이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은 극히 유감”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한 달 전에는 일본의 국민배우 가가와 데루유키가 지난 2019년 7월 긴자의 고급 클럽 종업원을 성추행한 사실도 보도됐다. 그 역시 종업원이 거부하는데도 강제로 속옷을 벗기거나 만지고 키스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격을 받은 종업원은 가가와의 만행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업소 주인에게 소송을 제기했다가 추후 취하했다. 슈칸신초는 이 소장을 입수해 보도했다.
가가와의 소속사는 “본인의 부족함으로 해당 여성에게 불쾌감을 준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도쿄대 출신으로 ‘한자와 나오키’ 등에 출연한 가가와는 TBS 아침 프로그램 진행에서 하차했고, 도요타는 그와의 광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재 방영 중인 ‘롯폰기 클라쓰’에는 그대로 출연 중이다.
잇따른 보도 후 유흥업소에서도 종업원의 의사에 반해 성적 접촉을 하면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 화제가 됐다. 앞서 가가와 사건이 보도됐을 때 일각에선 “유흥업소란 그런 곳 아니냐”는 발언도 나왔다. 그러나 스기모리 사건까지 보도되자 “형사처벌 사안”이라며 분노하는 의견이 더 많아졌다. 주간지 ‘조세지신(女性自身)’은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긴자이니까’라는 이유로 울면서 잠들었겠느냐”며 “자신의 범죄 행위를 덮으려 긴자 탓을 하지 말라”는 네티즌의 의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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