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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은행 채용비리로 탈락한 응시자에 5000만 원 배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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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은행 채용비리로 탈락한 응시자에 5000만 원 배상해야"

입력
2022.09.24 15:30
수정
2022.09.25 14:01
0 0

인사부장, 상위권 대학 출신 등 점수 조작 지시
"블라인드 면접 취지 무색… 객관성·공정성 훼손"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하나은행이 채용 과정에서 특정 대학 출신에게 특혜를 주는 바람에 탈락한 지원자에게 5,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부장 김경수)는 A씨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하나은행이 5,0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2016년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전형에 응시한 A씨는 서류전형과 인∙적성 검사, 합숙면접, 블라인드 임원면접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으며 고득점 순으로 선정한 합격자 명단에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 인사부장은 합격자 명단을 보고 받은 후 실무진에게 "상위권 대학 지원자들을 합격시키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임∙직원들에게 추천 받아 관리하던 '주요 지원자 리스트'도 합격 명단에 반영하라고 했다.

결국 상위권 대학 지원자 9명 등 14명의 임원면접 점수가 합격 커트라인을 상회하는 점수로 조정되면서 A씨는 불합격됐다. A씨는 이에 하나은행 채용비리로 자신이 최종 불합격하게 됐다며 미지급 임금에 상응하는 1억1,000만 원과 정신적 손해보상금 1억 원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하나은행 측은 "채용절차는 채용의 자유 및 재량권 범위 내에서 진행됐다"며 "인원이 변경된 것은 일부 대학 출신 지원자들이 예년보다 부족해 대학별 균형을 고려하는 과정에서 A씨와 같은 대학 합격자를 줄이게 된 결과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또 "사기업으로서 은행이 입점해 있는 대학 출신 지원자를 우대할 필요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하나은행이 절차적 객관성과 공정성을 현저하게 훼손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봤다. 이 같은 조작 행위가 높은 공공성을 요구 받는 은행의 공정한 업무수행에 대한 신용도 떨어뜨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지원자의 능력만을 평가하기 위해 임원면접에 도입된 블라인드 면접 방식의 취지를 몰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청년 실업이 만연한 현재 채용비리는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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