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서 듣는다] 김대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부인암센터 소장)
난소암ㆍ자궁암(자궁내막암ㆍ자궁경부암) 등 부인암을 수술할 때 암이 많이 진행됐으면 암과 함께 주변 골반 림프절까지 절제한다. 이 때문에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후 몸속 림프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 다리가 부어 '코끼리 다리'로 불리는 림프부종이 50% 가까이 발생한다. 중증 림프부종이라면 걸을 때마다 심하게 아파 일상생활을 하기 힘들어지고, 염증도 자주 생겨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암 절제 수술 후 림프부종이 생기면 물리 치료로 조절하다가 악화되면 수술까지 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 세계 최초로 서울아산병원 부인암센터에서는 난소암ㆍ자궁암 수술 후 림프부종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김대연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부인암센터 소장)를 만났다. 김 교수는 “난소암ㆍ자궁암 암종이 주변 림프절까지 많이 침범한 것으로 판단되면 산부인과 의료진이 암종과 림프절을 절제한 뒤 림프액이 원활히 순환하도록 ‘우회 림프절 도로’를 만들어 주는 ‘림프절ㆍ정맥 문합술(吻合術ㆍ연결술)’을 시행해 환자 삶의 질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난소암ㆍ자궁암 수술과 함께 동시에 다리 림프부종 예방하는 수술을 하는 이유는.
“암은 암종 자체를 치료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암 치료 기술 발전으로 생존 기간이 늘면서 암 환자의 삶의 질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난소암ㆍ자궁경부암ㆍ자궁내막암(자궁체부암) 등 부인암을 치료하면서 다리가 부어오르는 림프부종으로 고생하는 환자를 적지 않게 봐 왔다. 부인암이 난소나 자궁 근처 림프절까지 전이됐거나 의심되면 골반 림프절을 대부분 절제해야 하므로 다리에 림프부종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술뿐만 아니라 항암화학요법ㆍ방사선 치료 후에도 림프부종이 악화될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부인암센터는 암 수술 시 림프절을 많이 절제해 다리에 림프부종이 생길 가능성이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난소암ㆍ자궁암 절제술과 함께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팀(홍준표·서현석·박창식)과 협력해 중증 림프부종 예방 수술(림프절ㆍ정맥 문합술)을 동시에 시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림프부종을 조기 치료, 부인암 환자가 수술 후 전처럼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부인암 환자 연령이 낮아지면서 가임력 보존도 중요해졌는데.
“난소암ㆍ자궁내막암ㆍ자궁경부암 등에 대한 정기검진이 활발해져 부인암을 조기 발견하면서 20~30대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암이 생겨 충격을 받으면서도 암을 잘 치료해도 임신이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많은 환자가 우려한다. 미혼이거나 출산한 적이 없는 젊은 부인암 환자에게 임신 가능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부인암센터는 젊은 환자의 가임력 보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초기 난소암이라면 암이 발생한 난소만 제거하고 자궁과 암이 생기지 않은 난소는 보존하는 수술을 시행해 가임력을 보존하면서 분만에 성공한 환자도 많다.
또한 조기 발견된 자궁내막암이라도 가임력을 보존하기 위해 ‘자궁 적출 수술’ 대신 약물로 암종을 없애는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젊은 자궁내막암 환자에게 오랫동안 약물로 치료해도 임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부인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부인암 치료 트렌드는.
“자궁경부암 발병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백신이 개발되면서 자궁경부암이 줄고 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의 전 단계인 자궁경부상피내종양(CIN) 발견은 늘어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는 암으로 악화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CIN 클리닉도 운영하고 있다.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먼저 난소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지만 조기 발견하면 완치율이 크게 높아진다. 암이 난소에 국한돼 있고 1기라면 5년 생존율이 90%가 넘는다. 서울아산병원 부인암센터는 난소암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돼도 많은 환자에게 항암 치료를 먼저 시행해 종양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진행함으로써 좋은 결과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수술 중 ‘복강 내 온열항암화학요법(HIPECㆍ하이펙)’을 시행해 미세 암세포를 제거하고 수술 후 다시 항암제를 쓰고 있는데 결과가 매우 좋다.
또한 초기 자궁내막암과 난소암이라면 림프부종을 예방하기 위해 기존 수술법처럼 30~40개 정도인 골반 림프절을 모두 제거하지 않고 2~3개의 감시 림프절만 없애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림프절을 너무 많이 제거하면 림프부종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는 반면 너무 적게 제거하면 림프절에 암세포가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인암 치료에는 수술뿐만 아니라 재발을 막고자 실시하는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등을 위한 여러 진료과 의료진 간의 협진이 매우 중요하다. 서울아산병원 부인암센터는 김대연‧박정열‧이신화 산부인과 교수를 중심으로 종양내과ㆍ방사선종양학과ㆍ영상의학과ㆍ병리과 의료진이 체계적인 협진 시스템을 갖췄다. 부인암 진단에서 치료 방침의 결정, 수술, 수술 후 관리까지 모든 치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으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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