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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선봉 섰던 전자전 장비 소나타... 이젠 수출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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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덴만 선봉 섰던 전자전 장비 소나타... 이젠 수출 노린다

입력
2022.09.26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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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생존성·전투력 높이는 전자전 장비
LIG 넥스원이 생산 주도해 97% 국산화
해군 3세대 준비... 기술 월등해 수출 유망

지난 2010년 12월 청해부대 최영함 승조원 등 부대원들이 비행갑판의 태극기와 함께 2011을 수놓으며 임무 완수를 다짐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2010년 12월 청해부대 최영함 승조원 등 부대원들이 비행갑판의 태극기와 함께 2011을 수놓으며 임무 완수를 다짐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2011년 1월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잇는 아덴만에서 한국 선원들이 탄 화학물질 운반선 삼호주얼리호가 해적들에게 납치됐다. 인질 구출을 위한 아덴만 여명 작전을 위해 해군 청해부대 소속 구축함 최영함이 출동했다. 해군특수전전단(UDT)은 삼호주얼리호 내부로 침투, 17명의 해적들을 진압하고 선원들을 성공적으로 구출했다. 한국군이 해외에서 수행한 최초의 인질 구출 작전이다.

아덴만 작전을 돌이켜 보면, 사람들은 △UDT 대원들의 완벽한 작전 △해적의 감시를 피해 해군에 정보를 사전 전달한 석해균 선장의 용기 △총상을 입은 석 선장을 수술한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를 주로 기억한다. 그러나 아덴만 작전에서 숨은 공을 세운 첨단장비는 바로 최영함에 설치된 국산 전자전 장비 소나타(SONATA)였다. 방해전파를 발사해 해적이 점령한 삼호주얼리호의 레이더를 무력화한 덕에, UDT팀이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적의 눈과 귀 멀게 하는 전자전 장비

현대 군용 함정은 첨단기술의 종합체지만, 특히 전파를 이용해 아군의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전자전(Electronic Warfare) 장비는 해상 작전 때 가장 먼저 활용되는 필수 무기체계다. 적 위협을 미리 탐지할 뿐 아니라, 레이더나 대함미사일을 무력화해 아군 생존성을 높인다.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된 2세대 함정용 전자전 장비 '소나타'의 주요 구성품. LIG넥스원 제공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된 2세대 함정용 전자전 장비 '소나타'의 주요 구성품. LIG넥스원 제공

아덴만 작전에서 해적의 눈과 귀를 멀게 했던 소나타가 바로 국산 전자전 장비의 대표주자다. LIG넥스원이 개발해 실전에서 활용 중인 소나타는 △적함의 위치 및 공격 방향 정보를 모으고 △적함에서 발사한 무기를 무력화(재밍)하며 △전자전 전반을 통제·처리하는 기능을 가진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함정용 전자전 장비는 정보 수집과 방어·공격을 모두 수행하고 있어 함정의 ‘두뇌이자 주먹’ 역할을 한다”면서 “다른 방산장비와 차별화된 첨단 무기체계로 분류된다”고 설명했다.

‘수입산 개량’으로 시작해 현재 국산화율 97%

특히 전자전 장비는 선진국들이 기술 이전을 꺼리는 체계여서 국산화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래서 1세대 전자전 장비는 주로 외국산을 개량하는 식이었다. 북한의 대함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금성정밀공업(현 LIG넥스원)이 1980년대 완성한 1세대 함정용 재밍 장비(ULQ-11/12K)가 그 예다.

이후 해군은 1996년 진수한 최초의 한국형 구축함(광개토대왕함)에 수입 전자전 장비(APECS-II)를 탑재했다가, 사후 정비 등 문제를 겪은 뒤 국산 개발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순수 국산 기술을 이용한 2세대 함정용 전자전 장비(소나타) 개발은 2000년 완료됐고, LIG넥스원이 생산하는 함정용 전자전 장비의 국산화율은 현재 97% 수준에 이른다.

함정용 전자전 장비의 경우 국내 협력업체가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국내 방위산업 시장 부가가치 확대에도 큰 몫을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LIG넥스원의 함정 전자전 장비 생산에 참여 중인 협력업체 관계자는 "전자전 장비는 국산화율이 높아 후속 군수지원이 원활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해군에서 운용 중인 세종대왕함의 모습. 세종대왕함엔 함정용 전자전 장비(소나타)가 탑재돼 있다. LIG넥스원 제공

해군에서 운용 중인 세종대왕함의 모습. 세종대왕함엔 함정용 전자전 장비(소나타)가 탑재돼 있다. LIG넥스원 제공


”3세대 장비, 고부가가치 수출 가능”

2세대를 개발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 해군은 3세대 전자전 장비 도입을 구상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5월 30일 '함정용 전자전 장비-II(SONATA-II)' 개발 착수를 결정했고, 소나타(2세대)를 운영해 온 LIG넥스원 등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LIG넥스원에 따르면 3세대 장비는 새로운 유형의 전자파 위협을 탐지·분석·식별하고 다양한 형태의 재밍 능력을 가지게 된다.

3세대 함정용 전자전 장비(함정용 전자전 장비-II) 운용개념도. LIG넥스원 제공

3세대 함정용 전자전 장비(함정용 전자전 장비-II) 운용개념도. LIG넥스원 제공

전문가들은 K9 자주포나 FA-50 경공격기가 그랬던 것처럼, 3세대 해군 전자전 장비가 군의 성능검증을 거치게 되면 수출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변강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국내 전자전 기술은 국군의 높은 성능 요구를 맞추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기술 수준은 이미 해외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 교수는 “3세대 장비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높은 부가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어, 수출을 통해 이미 쓴 연구·개발(R&D) 비용을 보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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