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반려견과 다시 만나게 되면 그 기쁜 마음을 말로 다 하기 어렵겠죠. 눈시울이 붉어지다 결국 눈물이 흐르는 걸 주체할 수 없을 겁니다. 최근 미국에서도 감동의 재회 영상이 전해져 보는 사람들을 눈물짓게 만들었습니다.
동물전문매체 ‘도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플로리다주 하디 카운티에서 지내던 반려견 ‘콘웨이’(Conway)가 갑자기 실종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가족들은 사방팔방 흩어져 콘웨이를 찾기 위해 애를 썼지만, 집에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하루, 이틀, 1주일, 1개월..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지만 반려견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그렇게 콘웨이와 원치 않는 작별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렇게 콘웨이 실종 10개월 만인 2022년 9월13일. 기적적으로 콘웨이가 발견됐습니다. 콘웨이가 실종된 지역 인근인 하이랜드 카운티 경찰이 유기견 발견 신고를 받은 겁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선 경찰은 야윈 상태로 돌아다니는 떠돌이 개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이 개를 동물보호소에 옮겼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개의 정체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개가 사람에게 스스로 자기소개를 할 방법은 없었으니까요. 그러나 경찰에게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바로 마이크로칩 스캔이었죠. 마이크로칩을 확인한 뒤에야 이 개가 콘웨이고, 가족들이 10개월간 애타게 찾고 있었다는 사실이 비로소 드러난 겁니다. 하이랜드 카운티 경찰은 급히 콘웨이의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가족들은 만사 제쳐두고 하이랜드 카운티로 달려갔습니다.
마침내 재회의 순간,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콘웨이는 가족을 발견하자마자 한달음에 걸어갔습니다. 콘웨이가 꼬리를 흔들고 가족의 품에 안기는 순간 반려인들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습니다. 보호자는 안도한 듯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죠. 경찰은 이 재회 장면을 영상으로 찍은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올리면서 경찰이 남긴 ‘경고 문구’(?)가 재밌네요.
경고 : 이 영상을 보고 눈물이 쏟아지더라도 저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기쁜 소식을 전하는 경찰의 재치에 화답했습니다. 그들은 “결국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누가 내 주변에서 양파를 썰고 있나 봐. 눈물이 자꾸 나오네”, “참다가 결국 눈물이 새어 나오고 말았다”는 반응을 SNS에 남겼습니다.
이처럼 감동적인 상황을 마주하면 사람은 결국은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가족을 만난 콘웨이의 속마음입니다. 물론 우리는 콘웨이의 행동을 통해 콘웨이가 반려인을 얼마나 그리워했고, 재회했을 때 기뻐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꼬리를 흔드는 속도가 한없이 올라갔고 가족을 만나자마자 격하게 안기면서 반기는 행동은 분명 재회의 기쁨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궁금한 점은 따로 있습니다. 사람들은 콘웨이와 가족의 재회를 보고 기쁨과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행동을 예상했기에 경찰 역시 ‘눈물을 조심하라’는 농담을 던진 것이죠. 그렇다면 콘웨이, 더 나아가 반려견들도 이런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요?
이런 호기심에 실마리를 제공할 만한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된 적이 있습니다. 지난달, 일본 아자부대 기쿠시 다케후미 교수 연구팀은 “개들은 반려인과 재회했을 때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 과학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한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기쿠시 교수는 6년 전 자신의 반려견을 보면서 이 연구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그는 “스탠더드 푸들 품종 반려견이 새끼를 낳아 젖을 물려주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봤는데, 눈가가 촉촉했다”며 “혹시 이 눈물은 옥시토신(Oxytocin)에 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옥시토신은 흔히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알려진 물질입니다. 자신이 낳은 2세를 사랑하게 되는 모성애를 불러올 뿐 아니라 자궁을 수축하게 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고 하죠. 또한 다른 존재와 행복한 감정으로 접촉할 때도 옥시토신이 분비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즉, 반려견이 옥시토신 분비로 눈물을 흘리고 있다면, 반려견 역시 반려인과 접촉해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일도 가능할 것이라는 가설인 겁니다.
이 가설에는 하나의 전제가 있습니다. 바로 개와 반려인이 접촉했을 때 옥시토신이 분비되어야 한다는 점인데, 이는 기쿠시 교수 연구팀이 과거 실험을 통해 확인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쿠시 교수 팀은 이번에는 ‘재결합 실험’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재결합 실험이란, 개와 반려인을 일정 시간 동안 떨어지게 한 뒤 다시 만나게 했을 때 개의 반응을 엿보는 실험을 말합니다. 이 실험을 위해 쉬머 테스트(Schirmer’s test)가 도입됐습니다. 쉬머 테스트는 눈꺼풀 아래에 여과지를 붙여 여과지를 적신 눈물량을 측정하는 시험법입니다.
연구팀은 반려견 20마리를 대상으로 쉬머 테스트를 진행했습니다. 실험에 참여한 개들은 약 7시간 동안 반려인과 떨어져서 실험 요원과 한 공간에서 지냈습니다. 실험 결과 개들이 반려인과 다시 만났을 때 개가 분비한 눈물은 실험 요원과 함께 지낸 시간 동안 흘린 눈물보다 훨씬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합니다.
이 눈물이 옥시토신의 영향 때문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실험이 필요했습니다. 연구팀은 또 다른 개 22마리를 대상으로 옥시토신이 포함된 용액을 눈에 떨어뜨렸습니다. 그 결과 눈물의 양은 증가했죠. 비교군에는 옥시토신이 포함되지 않은 용액을 떨어뜨렸는데 눈물 분비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기쿠시 교수는 “개는 오랜 시간 사람과 동반자가 돼 깊은 유대를 형성했다”며 가축화 과정을 거치며 반려인의 돌봄을 이끌어내는 행동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물론 이 실험으로 ‘개가 눈물로 감정을 표현한다’고 단정짓기는 이릅니다. 그저 기쁜 상황에 눈물을 더 많이 흘린다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이죠. 기쿠시 교수는 “다른 개와 오랜만에 만났을 때에도 같은 현상을 보이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개가 흘리는 눈물의 사회적 기능을 좀 더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개의 눈물에 대해서는 비록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개가 인류의 역사를 함께 거쳐온 동반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눈물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다른 종의 동물이 있다는 사실, 신비롭지 않으신가요?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