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안다고 하지 마라..."우정이란 절대적 타자를 인정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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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안다고 하지 마라..."우정이란 절대적 타자를 인정하는 것"

입력
2022.09.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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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블랑쇼는 평생 은둔하며 살아 남아 있는 사진이 몇 장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피디아

“나의 공모적 우정, 내 기질이 다른 사람들에게 온전히 전해질 수 있다면 바로 이 우정 덕분이다”라는 프랑스 사상가 조르주 바타유의 글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이 책은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 문학비평가인 모리스 블랑쇼(1907~2003)가 앙드레 말로, 알베르 카뮈, 발터 벤야민, 프란츠 카프카 등 동시대 작가들의 저서에 대해 쓴 29개의 비평 에세이와 평론을 모은 서평집이다. ‘우정’이라는 제목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본문에는 우정에 대한 내용이 많지 않다.

블랑쇼에게 문학은 ‘에고(ego)’에서 벗어나는 일이었다. 자기 한계에 매몰되는 퇴행성을 극복하기 위해 문학을 읽는 것이라면서, 익숙한 것이 부재한 중성적 텍스트들을 통해 에고의 올가미를 벗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책에서 다룬 루이르네 데 포레, 미셸 레리스, 장 폴랑 등은 문학에서 궁극의 무, 무심함에 도달하기 위해 글을 쓴 이들이다. 블랑쇼는 문학의 놀라운 역할이 있다면 이런 무심함에 대한 열정을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카뮈 역시 ‘부조리’라는 고정된 용어에서 벗어나 ‘무심함’ ‘무관심’에 이르려 했다고 주장한다.

우정·모리스 블랑쇼 지음·류재화 옮김·그린비 발행·528쪽·3만2,000원

표제작 ‘우정’은 마지막에 실렸다. 그에게 우정이란 “어떤 종속성도, 어떤 일화성도 없는 우정” “그저 낯설지만 서로 알아보는 우정” “대화 주제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교감하며 그저 말하는 우정”이다. "아는 것을 차라리 포기해야 한다"며 그는 친구를 안다고 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절대적 타자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하며, “사이, 간격, 순수한 절대적 간격을 갖는” 말 없는 신중함 속에서 서로가 연결돼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우정’은 서평집이기 이전에 블랑쇼가 말 없는 신중함 속에서 공모적 우정을 느끼는 동시대 작가들과 비평을 통해 연결을 시도하는 책일지 모른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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