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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오픈런' 부른 K위스키 열풍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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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박 3일 오픈런' 부른 K위스키 열풍의 주인공

입력
2022.09.24 04:30
수정
2022.09.24 13:1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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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위스키'시장 개척하는 위스키'덕후' 김창수씨
스코틀랜드·일본 드나들며 위스키 양조 독학
국산 재료 100%·국내산 참나무통에 숙성
"세계에서 가장 맛있는 위스키 만들 것"

김창수 대표가 23일 경기 김포시 통진읍에 있는 양조장 내 오크통에서 숙성된 위스키 원액의 향을 점검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창수 대표가 23일 경기 김포시 통진읍에 있는 양조장 내 오크통에서 숙성된 위스키 원액의 향을 점검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앞에서 야외 취침을 불사한 '오픈런'이 펼쳐졌다. 12일 오전 9시부터 판매한 국산 싱글몰트 위스키(단일 증류소에서 맥아만 사용해 만든 위스키)를 사기 위한 줄이다. 300병만 출시되는 한정판 위스키를 선점하기 위해 이틀 전부터 인파가 몰려든 것. 위스키 제조사는 최근 2030 위스키 열풍과 함께 마니아들 사이에서 '창스키'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팬덤까지 일고 있는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다.

대형마트와 주류상점 등에서 25만 원대에 판매된 이 위스키는 300병만 출시됐다. 2년 미만의 저숙성 제품이란 점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출시하자마자 전량 판매됐다. 지난 4월 이 증류소가 출시한 첫 싱글몰트 위스키에 이은 두 번째 완판 행렬이다. 23일 경기 김포의 김창수 위스키 증류소에서 만난 김창수(38) 대표는 "첫 번째 위스키가 증류소의 양조 기술과 노하우를 종합한 첫 싱글몰트 위스키였다면 이번 술은 '코리안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정체성과 방향을 알리는 회심의 카드"라며 "개인적으로 의미가 크고, 벅찬 기분"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위스키는 주재료인 군산 몰트(맥아·싹튼 보리)를 포함해 모든 재료를 국산화하고, 국산 참나무로 만든 100ℓ와 180ℓ 캐스크에서 1년여 숙성해 명실상부한 한국산 위스키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창수 대표가 양조장에 있는 발효조에 올라 주정을 젓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창수 대표가 양조장에 있는 발효조에 올라 주정을 젓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코리안 위스키'라는 좌표는 김 대표를 한국인 최초 위스키 디스틸러(증류주 생산자)이자 마스터블렌더(최종 생산 책임자)의 삶으로 이끈 시작점이기도 했다. 그는 "전통주를 연구하던 중에 위스키를 접했는데 처음엔 맛에 충격을 받고 나중엔 한국산 위스키가 없다는 사실에 한 번 더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언젠가 순수 국산 재료로 빚어 우리 문화를 담은 위스키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여기까지 온 거죠."

2014년 위스키 양조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무작정 찾아간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그는 132일 동안 102곳의 위스키 증류소를 전부 방문했다. 경비를 아끼려고 자전거로 이동하고, 노숙도 마다하지 않으며 매달렸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냉담뿐이었다. "열정 하나로 다짜고짜 찾아가 위스키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는데 매몰차게 거절당했죠. 이미 대기업화한 그곳 증류소에서 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어요."

좌초할 뻔했던 여정은 '사람'으로 이어졌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우연히 들른 글래스고의 위스키 바에서 만난 동양인 남성이 2020년 오픈한 일본의 벤처 위스키 '지치부(秩父) 증류소'의 직원이던 것. 그 인연이 김 대표를 일본 지치부 증류소 연수로 이끌었고, 이를 계기로 밥먹듯이 일본을 찾아가 위스키 양조의 모든 것을 배웠다.

김창수 위스키 양조장에는 300여 개 오크통에서 위스키가 숙성 중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창수 위스키 양조장에는 300여 개 오크통에서 위스키가 숙성 중이다. 왕태석 선임기자

김 대표가 2년 전 세운 309㎡(약 90평) 규모의 증류소는 그렇게 체득한 지식과 경험의 집대성이다. 위스키의 맛과 향을 좌우하는 발효기와 증류기 등 모든 설비를 직접 설계하고, 주문해 제작했다고 한다. 증류소를 빼곡히 채운 300여 개의 오크통에는 기술과 노하우가 담긴 위스키가 숙성 중이다.

그의 최종 꿈은 '맛있고 매력 있는 한국 싱글몰트 위스키'를 만드는 것. 이번에 출시한 2호 위스키를 계기로 비로소 숙원을 향한 출발점에 섰다는 그는 "3년 숙성되기 전까지는 정식 제품이라고 부르지 않으려고 한다"며 "한국의 싱글몰트 위스키라고 당당히 소개할 만한 술,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위스키를 꼭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수 대표가 선보인 두 번째 싱글몰트위스키는 도수 48.7%로, 물을 타지 않은 캐스크 스트랭스(Cask Strength) 방식으로 만들었다. 김창수 위스키 제공

김창수 대표가 선보인 두 번째 싱글몰트위스키는 도수 48.7%로, 물을 타지 않은 캐스크 스트랭스(Cask Strength) 방식으로 만들었다. 김창수 위스키 제공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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