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있는 스히폴(스키폴) 국제공항 입국장 수하물 수취대 앞. 비행기에서 내려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리는 승객들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부터 여행용 가방에 올라 탄 아이까지 모두 '노 마스크'였다. 분주하게 오가는 공항 직원들도 모두 맨 얼굴이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의무화됐던 실내 마스크 착용이 조만간 풀릴 전망이다. 이미 마스크 의무화를 폐지한 유럽 주요 국가들의 사례가 참고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폐지한 국가 중 한 곳이다. 네덜란드 외에도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 유럽의 적지 않은 나라가 이미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적용되는 곳은 우리나라 등 14개 국가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국가는 의료시설·사회복지시설·대중교통 등 일부 취약시설만 의무화가 적용된다.
국내에선 2020년 10월부터 실내·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됐다. 올해 5월 50인 이상이 모이는 행사·집회를 제외하고 실외에선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조만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히 풀리고, 머지않은 시일 내에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실내에서도 '노 마스크'가 일상화된 유럽 주요 국가들의 사례도 정부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방문한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의 쇼팽공항 출국장에서도 마스크를 쓴 승객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식당에서 줄을 서고, 기념품 가게에서 쇼핑을 하고 있었다. 과거 나치 독일의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와 가까운 폴란드 크라쿠프공항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승객이나 직원은 거의 없었다. 지난 15일 크라쿠프 항공박물관에서 열린 '제4회 국제공항협의회(ACI) 고객경험 글로벌 서밋' 행사에서도 전 세계에서 온 공항과 항공사, 국제기구 관계자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대화를 하고 악수를 나눴다.
폴란드의 한 한국 교민은 "폴란드를 비롯해 유럽 많은 국가들이 일찌감치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풀었다"며 "아마 마지막까지 마스크를 쓴 것은 우리 교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스히폴공항 관계자는 "공항은 물론 외부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악수도 (자유롭게) 한다"며 "네덜란드는 9월 마지막 주에 코로나19 4차 백신 접종을 시작하지만 크게 우려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방역당국도 방역정책의 대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장은 앞서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최근 열린 유럽 호흡기학회에서 유럽미국 의사들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례를 소개하며 "세계적으로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종식이 이어질 때 뒤처져서는 안 된다. 출구전략을 지금부터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