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북중미 영국 2주 장기 출장 마치고 귀국
연내 회장 승진 전망엔 "회사가 잘되는 게 더 중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르면 다음 달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을 만나 세계적 반도체 설계기업인 영국 ARM 공동 인수·합병 관련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21일 오후 영국 출장을 마치고 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ARM 경영진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경영진을 만나지는 않았다"며 "아마 다음 달 손정의 회장께서 서울에 오실 텐데, 그때 제안을 하실 것 같은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이번 출장 목적과 관련해선 "오지의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회사를 위해 우리나라를 위해 근무하는 임직원들을 격려하는 것이 주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사 임명을 받아 (생산라인 방문이) 끝나고 런던에 가려고 했는데 여왕 서거로 일정이 바뀌었다"면서 "존경하는 여왕님의 장례식에 참석은 못했지만 같은 도시에서 추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내 회장 승진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사가 잘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재용 부회장, ARM 인수 관련 첫 언급
이 부회장이 ARM 인수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할 경우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업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에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본사가 있는 ARM은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 핵심 장치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설계에서 독보적 기술을 갖춘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다. 2016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ARM을 234억 파운드(약 35조 원)에 인수했는데,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 시 500억~600억 달러(68조~82조 원) 규모의 기업가치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ARM 인수에 대해 우려 섞인 시각도 적지 않다. 독과점 문제로 인해 삼성이 단독으로 ARM 인수를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엔비디아에 ARM 매각을 시도했는데 반독점을 우려한 경쟁사와 주요국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올해 초 ARM이 다시 매물로 나오자 미국 인텔과 퀄컴, 한국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ARM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역시 ARM 인수에 나설 경우 인텔과 다른 유럽 반도체 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꾸려 투자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ARM을 인수한다고 제품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덩치에 비해 수익성이 좋은 회사도 아니다"라며 "손 회장이 인수 후보사들을 만나고 다니는 단계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추석 연휴에 재판이 열리지 않는 기간을 이용해 2주 동안 멕시코, 파나마 등 북중미와 영국을 방문했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 라우렌티노 코르티소 파나마 대통령 등을 만나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원을 요청하고, 삼성전자 케레타로 가전 공장 등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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