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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 죄는 환율, 한미 통화스와프 안 하나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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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통 죄는 환율, 한미 통화스와프 안 하나 못하나

입력
2022.09.21 18:00
수정
2022.09.21 18:01
4면
0 0

고환율 제동장치 절실론 고개
"2008·2020 위기 때 효과 톡톡"
과거와 상황 달라 실효성 미미 지적도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에 원·달러 환율이 연일 1,400원을 위협하고 있다. 뉴스1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에 원·달러 환율이 연일 1,400원을 위협하고 있다. 뉴스1

원·달러 환율이 연일 1,400원을 위협하면서 위기 때마다 '안전판' 역할을 해 온 한미 통화스와프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긴축에 따른 강(强)달러 현상에 주요국 통화가 줄줄이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최근 들어 원화 가치 하락폭이 더 가팔라져 '제동 장치' 필요성이 커졌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과거 체결 당시 외환시장과 지금은 상황이 다른 만큼 한미 통화스와프가 현재 위기를 타개할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환율 안전장치 절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7원 오른 1,394.2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미국의 긴축이 가속화할 거란 우려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6월 1,300원을 뚫은 뒤 약 석달 만에 100원 가까이 뛰었다. 최근 외환당국도 달러화를 매도하는 실개입에 나서는 등 1,400원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지만 상승 곡선을 꺾지는 못했다.

이에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과거 두 차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당시(2008년 10월, 2020년 3월)에도 체결 직후 외환 및 주식시장이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10월 30일 체결 소식이 알려진 이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7원 떨어졌고, 2020년 3월 19일 체결 다음날 환율은 40원 가까이 하락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자체만으로 외환시장 불안과 혼란을 진정시킬 강력한 효과가 있다"며 "미국과의 협상력을 끌어올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 상황이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만큼 급박한 상황인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지금은 세계적인 강달러 현상에 현물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몰려 원환율을 밀어 올리는 것이지, 외화자금시장 유동성에 문제가 있었던 과거와는 위기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안재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환율 수준이 높긴 하지만 외환시장 유동성이 메말라 가거나 외환보유액(7월 말 기준 세계 9위)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돼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환율의 추세적 방향성을 바꾸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만병통치약 아냐"

한미 통화스와프의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과 상설 통화스와프를 맺은 영국과 유로존, 일본 등에서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에 통화스와프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의 통화 가치만 절하되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한미 통화스와프로 달러 강세를 막을 수 있다는 건 오해"라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속도가 붙으면서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경기 침체 공포까지 덮친 만큼 통화스와프 체결만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강력한 효과를 내긴 어려울 거란 목소리도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더 커질 것이란 예상과 최악의 무역적자 등 악화된 경기지표가 최근 환율 상승에 기름을 부은 요인"이라며 “통화스와프 체결 자체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만을 상대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크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는 이날 서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 참석차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한국과만 추가로 통화스와프를 체결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한은이 한미 통화스와프를 추진하고 있다'는 한 보도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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