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폐양식장 학대범 이어 실형
동물단체 "이전과 비교해 이례적"
경북 포항의 한 대학교에 길고양이한테 밥을 주지 말라며 붙인 경고문(왼쪽)과 스프레이 문구. 카라 제공
경북 포항에서 길고양이만 골라 괴롭히고 잔인하게 죽인 학대범들에게 연이어 실형이 선고됐다. 지금까지 동물학대범들은 벌금형에 그친 사례가 많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3단독 김배현 판사는 21일 동물보호법 위반 등 7개 혐의로 기소된 A(32)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6월 21일쯤 포항의 한 초등학교 통학로에 새끼고양이 사체를 노끈에 매달아 놓은 혐의로 붙잡혀 구속됐다. 지나가던 초등학생들이 발견해 112로 신고했고,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 TV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해 사건 발생 9일 만에 A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2020년 3월 포항 도심에 고양이 사체 한 마리가 걸려 있던 사건의 범인과 지문이 일치했다. 2019년 포항의 한 대학에서 길고양이 3마리가 학대당한 사건도 A씨 소행으로 밝혀졌다. A씨는 대학에서 발견된 고양이 사체도 자신이 저지른 짓이라고 털어놨다. 당시 고양이 사체도 나무나 노끈에 매달려 있었다.
폐양식장에 고양이가 갇혀서 헤매고 있다.(왼쪽) 폐양식장은 3m가량의 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고양이들이 자력으로 탈출하기는 어려웠다. 동물권행동 카라 제공
A씨가 학대하거나 죽여 길거리에 매달아 놓은 고양이는 총 10마리다. A씨는 사건 현장마다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문과 포항시 마크를 부착해 놓기도 했다.
A씨는 수사 과정에서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무등록 오토바이를 운행하거나 길에서 습득한 번호판을 자신의 오토바이에 무단 부착한 혐의도 드러났다.
포항지원은 전날 폐양식장에서 고양이 16마리를 가두고 학대하거나 죽여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B(28)씨에게 징역 1년 4개월에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B씨는 잔혹하게 죽인 고양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랑하듯 올린 뒤, 게시물을 보고 범행을 신고한 시민에게 연락해 협박하기도 했다.
A씨와 B씨의 길고양이 학대 사건을 지켜본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과거 판결과 비교하면 형량이 무거운 편”이라며 "이번 판결로 동물 상대 범죄가 줄어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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