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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CIA가 9·11 테러를 막지 못한 이유

입력
2022.09.22 15: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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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다이버시티 파워'
다양성은 어떻게 능력주의를 뛰어넘는가

알자지라가 2001년 10월 7일 내보낸 방송에 등장한 알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왼쪽)과 그의 참모 아이만 알자와리의 모습. AP=연합뉴스

알자지라가 2001년 10월 7일 내보낸 방송에 등장한 알카에다의 우두머리 오사마 빈 라덴(왼쪽)과 그의 참모 아이만 알자와리의 모습. AP=연합뉴스

9·11 테러는 뚜렷한 전조가 있었다. 오사마 빈 라덴은 1996년 8월 23일 아프가니스탄 토라보라의 한 동굴에서 선포한다. "나의 무슬림 형제들이여 (…) 우리 모두의 적, 이스라엘인과 미국인에 대항하는 전쟁에 참전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합니다."

CIA는 이 노골적인 사인을 놓쳤다. 빈 라덴이 가슴까지 내려온 턱수염에 남루한 옷을 입고 동굴 안 모닥불 주변 흙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CIA 분석가들의 눈에 빈 라덴은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한 미개인으로 비쳤다.

이슬람 문화에 친숙한 사람은 똑같은 장면을 다르게 봤다. 이건 빈라덴을 이슬람 선지자 같은 모습으로 연출한 영리한 선전 전략이었다. 특히 무슬림에게 '동굴'은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가 박해를 피해 있던 신성한 장소다. 이슬람 예술에 유독 종유석 이미지가 넘쳐나는 것도 그래서다.

하지만 백인, 남성, 중상류층, 개신교인이 대다수인 미국 엘리트 집단은 이 메시지의 파급력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CIA라는 조직의 과도한 동질성이 빈 라덴의 군대를 오합지졸로 오판하는 대참사를 부른 것이다. 얕본 대가는 컸다.

저자는 다양성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명분이 아닌 '경쟁력'과 '효율성'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말한다. '다양성을 확보하다 보면 능력 있는 사람을 놓칠 수 있다'는 통념은 편견이며, 능력주의와 다양성은 양립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젠더, 인종, 나이, 종교 등의 '인구통계적 다양성'은 관점과 경험, 사고방식의 다양성, 즉 '다이버시티(diversity)'로 이어진다.

현 정부의 주요 인사가 50대, 서울대, 특정 지역 남성 일색인 것에 대한 우려도 '균형'과 '안배'라는 당위 때문만은 아니다.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서다. 능력주의를 내세우며 출범한 정부가 왜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처럼 현실과 괴리된 정책을 추진하려 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에 답이 있다.

다이버시티 파워·매슈 사이드 지음·위즈덤하우스 발행·416쪽·2만1,000원

다이버시티 파워·매슈 사이드 지음·위즈덤하우스 발행·416쪽·2만1,000원


송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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