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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신 미국 택한 필리핀...눈치 보던 동남아 국가에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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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신 미국 택한 필리핀...눈치 보던 동남아 국가에 '파장'

입력
2022.09.21 17: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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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정부 친중 노선과 180도 다른 행보
남중국해 등 중국과의 갈등에 미국 끌어들여
눈치 보던 타 동남아국엔 압박 요인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19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지난 19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천명하며, 이전 정부가 유지해온 친(親)중국 일변도 외교 정책의 폐기를 공식화했다. 미국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여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 중국과 부딪히는 지역 이슈에서 이득을 취하겠다는 계획이다.

필리핀의 외교노선 변화는 동남아 인접 국가들의 외교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강대국의 눈치만 보던 이들 국가 역시 필리핀처럼 선택의 시간을 강요받을 수 있어서다. 동남아 국가의 선택에 따라 이 지역에서의 미중 갈등 구도도 중대한 변화를 맞을 수 있다.

마르코스의 美 구애, 경제영역으로 확장도 노려

지난 19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 필리핀 대통령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이날 주식시장 거래 종료를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지난 19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왼쪽) 필리핀 대통령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이날 주식시장 거래 종료를 알리는 종을 치고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21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해 "필리핀은 언제나 위기에 처했을 때 미국을 바라본다"며 "미국이 동반되지 않은 필리핀의 미래는 상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위기는 최근 심화하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대만 갈등 등이다. 이는 모두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이슈로, 그의 발언은 사실상 향후 필리핀이 미국 편에 설 것임을 공식화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마르코스의 탈중국 전략은 외교 동선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6월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강대국 중 첫 순방국으로 미국을 선택했다.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16년 중국을 방문해 "필리핀은 미국과 분리된 나라"라고 선언한 것과 정반대의 길을 걸은 셈이다. 동시에 그는 미국 현지에서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를 워싱턴 특사로도 임명했다. 현재 베이징 특사는 공석 상태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미국 측에 투자협력 강화도 요청했다. 그는 "필리핀 건국 초기 경제 성장 동력은 미국 기업에서 나왔다"며 "앞으로 필리핀에 진출할 외국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낮추고 최소 납입자본 요건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외교 영역 외에도, 필리핀 내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인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데 미국 기업이 나서달라는 취지다.

불편한 표정의 中… "동남아 미중 갈등 '추' 흔들린다"

지난 20일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유엔 총회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지난 20일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유엔 총회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EPA 연합뉴스

마르코스의 친미 노선 천명에 중국은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류젠차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국제부장은 전날 "우리는 (마르코스의 미국 방문과 무관하게) 필리핀과 긴 여정을 함께 하고 있다"며 "마르코스 대통령이 중국도 방문할 수 있도록 필리핀 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반면 마르코스 대통령은 같은 날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중국을 압박했다. 그는 "남중국해 논란 등은 국제법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을 향해 구단선(중국이 주장하는 남중국해 해상 경계선)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은 2016년 국제상설재판소(PCA) 판결 수용을 거듭 촉구한 것이다.

현지 외교가에선 필리핀의 변화가 동남아 내 미중 갈등 구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동남아의 한 외교 관계자는 "캄보디아 등 중국의 최우방국들이 위치한 인도차이나반도와 달리 말레이시아 등 해양 동남아 국가들은 여전히 미중 갈등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마르코스의 결단으로 무게 추가 흔들리기 시작한 이상 해양 국가들도 결단을 서두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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