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 생각하면 뭉클, 특별한 무엇이..." 바그너 역작으로 7년 만의 고국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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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 생각하면 뭉클, 특별한 무엇이..." 바그너 역작으로 7년 만의 고국 공연

입력
2022.09.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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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오페라축제 초청 '니벨룽의 반지' 4부작 공연
세계 정상급 오페라 연출가 김요나
독일 최고 권위 '파우스트상' 2번 노미네이트

내달 대구에서 공연되는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연출한 김요나 연출가는 "10여 년 전부터 유럽 내 한국 음악가들의 활동이 무척 활발해졌다"면서 "큰 극장 공연이 있을 때마가 한국인 성악가를 꼭 한 번씩 만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요나 연출가 제공

올해로 19회째인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독일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필생의 역작인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일명 '링 사이클')을 라인업에 포함시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 나흘간 16시간 동안 공연하는 '니벨룽의 반지' 4편을 모두 선보이게 된 것은 2005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 초청 공연 이후 처음이다. 독일 만하임 국립극장이 지난 7월에 공연한 최신 프로덕션으로 만하임 극장 주역 가수와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230여 명이 한국을 찾는다. 내달 16일 '니벨룽의 반지' 첫 편인 '라인의 황금'을 시작으로 '발퀴레'(10월 17일), '지그프리트'(10월 19일), '신들의 황혼'(10월 23일)이 대구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한국 오페라 공연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쓰게 될 이번 공연에 눈길이 가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오페라 연출가 김요나가 7년 만에 고국 팬과 만나는 작품이라는 점이다.

최근 화상(Zoom·줌)으로 만난 김 연출은 "한국만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는 무언가가 있다"며 오랜만의 고국 방문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2015년 국립오페라단의 '후궁으로부터의 도주'를 연출한 후 공연 연출가로서는 7년 만에, 개인적으로도 5년 만에 한국을 찾게 된 그는 "링 사이클이 상대적으로 낯선 한국 음악 팬의 반응이 어떨지 두렵기도 하다"면서도 "유럽에서 아무리 일을 많이 해도 한국 무대는 이성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특별한 느낌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하임 극장과 대구오페라하우스의 공연 교류 프로젝트로 한국 공연이 성사됐다는 이야기가 내게는 선물 같았다"고 덧붙였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시리즈 중 3편에 해당하는 '지그프리트'의 한 장면. ⓒMaximilian Borchardt

2005년 독일 부퍼탈 시립극장에서 오페라 연출가로 데뷔한 김 연출은 독일 최고 권위의 극예술상인 '파우스트상'에 2010년·2020년 두 차례나 노미네이트됐고 2017년 오페라 전문지 오펀벨트의 '올해의 연출가’로 선정된 정상급 연출가다. 라트비아 출신 소프라노 마리나 레베카, 미국 테너 그레고리 쿤데, 러시아 출신 메조 소프라노 안나 스미르노바 등 세계 최정상 성악가들과 함께 작업해 왔다. 최근에는 영미권 극장과도 공연 일정을 조율 중이다. 만하임은 '바그네리안'(바그너 음악 열성 애호가)이 많기로 유명한 도시로, 만하임 극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침체된 공연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올해 새로운 '링 사이클'을 기획하면서 김 연출에게 작품을 맡겼다.

그는 이번 공연에 대해 "만하임 극장 오케스트라는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등 독일 후기 낭만파 음악에 특화된 악단"이라는 말로 설명을 대신했다. 일부 초청 성악가를 빼면 출연진을 포함해 이번 공연진의 90%가 만하임 극장 소속인 것도 그래서다.

마법의 힘을 지닌 반지와 신, 소인족과 거인족, 영웅들이 등장하는 중세 독일의 서사시를 뼈대로 삼은 링 사이클의 방대한 이야기를 김 연출은 영상을 활용해 무대에 펼쳐낸다. 그는 "영화에서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거대한 구축물을 무대에 올리는 대신 시대 변천에 따라 영상과 조명으로 새로운 미학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시리즈 중 2편에 해당하는 '발퀴레'의 한 장면. ⓒChristian Kleiner

오스트리아 빈 국립대에서 현대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연출은 "오페라 연출가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영화를 많이 보기는 했지만 유럽으로 학부 유학을 오기 전까지 오페라라는 장르는 접해 본 적도 없었다"며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유럽에서 보기 드문 아시아계 여성 오페라 연출가이기도 하다. 그는 "여성이자 비유럽인이고 음악도가 아닌 인문학도였던 나로서는 3중으로 아웃사이더였기 때문에 '마이너리티'라는 생각을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며 "오페라 연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에 비주류의 비탄에 빠질 겨를조차 없었다"고 강조했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시리즈 중 4편에 해당하는 '신들의 황혼'의 한 장면. ⓒChristian Kleiner

독일어를 쓰며 30년 넘게 살아온 그에게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2년간은 특히 힘든 시간이었다. 지난해 3월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의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크리스티안 틸레만 지휘·안나 네트렙코 주연) 등 참여하기로 했던 중요한 프로젝트들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때 구상한 연출로 지난 3월 함부르크 국립 오페라 극장 무대에 '투란도트'를 올렸고 여러 지역에서 초청 공연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그는 "'링 사이클'은 출연진과 스태프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신체적·정신적으로 어떤 한계에 도달하게 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 작품이 꾸준히 공연되는 이유는 뭘까. "일종의 집단 의식의 확장이랄까요.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관객이 혼연일체가 돼 하나의 공동체로서 등정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그게 바로 넷플릭스 시대에도 여전히 공연예술이 존재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김요나 연출가가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의 마지막 편인 '신들의 황혼' 대본을 보고 있다. ⓒBenjamin Lüdtke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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