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 결별 수순으로 메가시티 무산 가시화
전문가들 "지역과 대한민국 미래 포기" 지적
메가시티 자체가 자율 참여라 정부도 대책 없어
부울경 메가시티를 지금 단계에서 ‘실익이 없다’고 포기하는 것은 지역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
박완수 경남지사가 내년 1월 출범 예정인 부울경 특별연합(메가시티)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며 공식적으로 철수를 선언하자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다.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응해 동남권에 ‘제2의 수도권’을 만들자는 목표로 추진했던 백년대계가 ‘4년 임기’의 신임 단체장들에 의해 원점으로 회귀하고 있어서다. ‘지방시대 공약’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지만 여당 소속 단체장들의 역주행에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남도 제시한 행정통합도 진정성 의문
문재인 정부 때 닻을 올린 부울경 메가시티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쏠림, 고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대 정부의 숱한 균형발전 정책이 실효를 내지 못하자 나온 정책이다. 유력한 균형발전 대안으로 평가받아 충청권 등에서 특별연합 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도 특별연합 출범 시 전폭적인 지원 계획을 발표해놓고 있다. 마강래 교수는 20일 "부울경 메가시티는 지금부터 그 내용을 만들어가는 단계"라며 "앞으로 어떤 내용을 채울지가 중요한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스스로 이를 접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전날 박 지사가 "부울경 특별연합은 지역 발전에 걸림돌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부울경 행정통합’을 제안했지만 전문가들은 진정성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대구ㆍ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지낸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메가시티를 먼저 해 보고, 하면서 부족한 점이 있으면 행정통합으로 가자고 하는 게 순서"라며 "(준비가 다 돼 있는) 메가시티를 제쳐놓고 행정통합을 제안한 것은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 지사가 제안한 행정통합은 특별연합 체제에서 한 발 더 나간 합병 수준으로, 특별연합 구축보다 더 어려운 난도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의견이다. 울산시가 즉각 “논의된 적도 고려한 적도 없다”며 강력 반발한 대목은 경남도가 행정통합 카드를 제시한 것은 그만큼 즉흥적이었다는 반증이다. 정부 관계자도 "박 지사가 메가시티 무산에 따른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해 한 발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도 뾰족한 대책 없는 상황
수년간 각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지역민의 의견을 수렴해 이뤄낸 결과물을 새로 취임한 여당 소속 단체장들이 뒤집자 정부도 난감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날 "아직 경남도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내용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부울경 메가시티를 성공 사례로 만들고, 주변 지역에도 파급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는데 매우 안타깝다"면서 "우선 경남도가 특별연합 규약의 수정이나 보완을 원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닌지 확인부터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그간 주민들 사이에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채 사업이 추진되면서 벌어진 결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북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메가시티 구축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됐지만 단체장들이 바뀌면서 일이 다 틀어졌다"며 "이는 그간 주민들 사이에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탓이 크다"고 분석했다. 행정통합을 추진했던 대구·경북도 민선 8기 출범 이후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메가시티 자체가 지자체들의 자율 참여를 전제로 했기 때문에 이를 되돌릴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실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모든 지원을 할 준비가 돼 있지만, 참여 주체들이 싫다는 것을 억지로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메가시티 사업이 물 건너갈 경우,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초광역지역연합 사업도 탄력을 받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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