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0일 용인서 안내견 분양식 개최
안내견 8마리 새출발·6마리 은퇴
故이건희 회장 뜻 따라 29년째 안내견 분양
대구에서 중학교 교사로 근무 중인 시각장애인 허경호씨는 2001년부터 21년 동안 안내견과 함께 하고 있다. 첫 안내견 '한올'이는 2013년 세상을 떠났고, 두 번째 '해냄'이와도 최근 작별했다. 허씨는 20일 오전 새로운 안내견 '여울'이와 오랜 만에 경기 용인시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를 찾아 올해 시각장애인 파트너를 만난 안내견들의 새 출발을 응원했다. 허씨는 이 자리에서 "한올이나 해냄이는 안내견에 대한 인식이나 제도가 갖춰지지 않아서 많이 고생 했는데 여울이는 '오빠들' 덕분에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안내견과 지내며 동물이지만 사람보다 낫고 배울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날 행사의 공식 명칭은 '함께 내일로 걷다,'. 주인공은 열 네마리 안내견이었다. 여덟 마리는 안내견 생활의 첫 발을 내딛고, 6~8년 동안 안내견 활동을 마친 은퇴견 여섯 마리는 새로운 입양 가족 품으로 향했다. 행사명 마지막 ','(콤마)는 이날 행사가 '끝이 아닌 시작' 임을 강조한 것이다.
1년 동안 일반 가정집서 사회화 훈련
행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생후 8주된 안내견 후보 강아지를 1년 넘게 돌본 자원봉사자, 이른바 '퍼피워커' 였다. 안내견은 '퍼피워킹→파트너 동반교육→안내견 활동→은퇴→사후관리'로 거치는데, 이 중 자원봉사 가정에서 1년 동안 지내는 퍼피워킹이 가장 중요하다. 박태진 삼성화재안내학교장은 "안내견들은 강도가 들어와도 짖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며 "퍼피워킹을 통해 '사람이 너무 좋다'는 생각을 하며 사람 친화적 성격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퍼피워킹 자원봉사 가정을 50~60곳 운용 중이다.
여울이를 1년 동안 돌봐준 퍼피워커 김남희씨는 이날 행사에서 "저와 저희 가족에게 여울이는 값진 선물이었다"며 "파트너분과 여울이의 행복과 건강을 응원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행사에 참석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내견은 시각장애인들의 삶의 질을 바꾸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국회에서 보조견 보급 확대 뿐만 아니라 장애인 등 교통 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29년간 267마리 육성... 훈련사, 지구 20바퀴 걸어
삼성은 고(故)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신경영 선언 직후인 1993년 9월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를 세우고 29년 동안 운영 중이다. 1994년 첫 안내견 '바다'를 분양한 뒤 현재까지 267마리를 분양했고, 지금도 70마리가 안내견으로 활약 중이다. 안내견 한 마리를 위해선 훈련 기간 2년과 안내견 활동 7, 8년 등 총 10년 넘게 지원해야 한다. 비용도 1억 원 가까이 든다. 안내견 학교 훈련사가 안내견과 걸어온 거리는 78만km, 지구 둘레(4만km)의 약 20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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