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최대 철강기업 '2030년 탈탄소' 선언
스웨덴·독일 등도 '그린 철강' 전환 이어져
"친환경 해야 이득인 구조가 기업 바꾼다"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산업 중 하나인 철강 산업에 탈탄소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스웨덴을 비롯한 기후 선진국의 철강 기업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줄지어 발표하면서다. 친환경이 경제적으로도 이익이 되는 사회 구조가 변화를 이끌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탈탄소 준비가 상대적으로 더딘 포스코 등 한국 철강 업체들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최근 5년 동안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한 국내 기업은 포스코로 국가 전체 배출량 10%를 포스코가 내뿜었다.
'넷제로' 아닌 '진짜 제로'…"기업에도 최선의 전략"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호주 최대 철광석 생산 기업 '포테스큐 메탈그룹'이 2030년부터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기 위해 62억 달러(약 8조6,20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재생에너지 생산·저장 설비를 추가하고, 철광석 운송 기계 등을 친환경으로 전환한다는 게 골자다. 실현되면 연간 3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앤드루 포러스트 포테스큐 설립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우리 기업처럼 큰 규모의 기업들이 나서야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은 기업에도 최선의 장기 전략"이라고 했다.
포테스큐의 정책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맞춰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넷제로'가 아니라, 온실가스를 아예 배출하지 않겠다는 '진짜 제로(real zero)'라는 점에서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넷제로는 결과적인 0일 뿐 실제로는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의 다른 철강 기업들도 '진짜 제로' 방침을 선언했다. 스웨덴의 'H2 그린스틸'은 1억9,000만 유로(약 2,600억 원)를 투자받아 지난달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철강 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독일의 티센크루프, 스웨덴의 SSAB 등도 각각 2025년, 2026년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철강을 생산하기로 했다.
철강 산업 탄소배출은 불가피?…정부 정책으로 바뀌어
그간 철강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 배출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졌다. 철광석 제련과 기타 화학 공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컨설팅기업 맥킨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철강 생산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를 차지했다. 대안 기술이 아직 개발 중이거나, 생산 비용이 전통 방식보다 2, 3배 비싼 것도 문제였다.
불가능해보이던 철강 산업의 탈탄소를 이끌어낸 건 기술 발전과 소비자의 인식 개선, 그리고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친환경 제품을 선호하고, 투자자들이 기업을 압박하면서 친환경 전환이 더 쉬운 환경이 형성됐다고 짚었다. BMW와 가전 기업 일렉트로룩스 등이 H2 그린스틸과 150만 톤의 철강 구매 계약을 맺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친환경 경영이 기업에 이득이 되게 한 정부 정책의 힘이 컸다. 유럽연합(EU)은 '그린 뉴딜' 정책을 통해 철강, 알루미늄 등 탄소집약적 제품에 2026년부터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기로 했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탄소 저감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수입 제품에도 탄소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정책 파급력은 더욱 커졌다.
포테스큐도 이번 결정이 큰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포테스큐는 성명을 통해 "생산 과정에서 화석연료를 뺀 결과 굉장한 경제적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2030년부터는 매년 8억1,800만 달러(약 1조1,40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생기고, 2034년에는 투자금 전액 회수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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